"왜 나는 무이자할부가 안 되고, 저 사람은 되는 거예요?". "손님은 우수고객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오늘(18일)부터 곳곳의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로 상품을 결제하려는 고객들과 계산원들 간의 말다툼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사들이 설연휴 직후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무이자할부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신용카드 사용 고객들이 늘상 받았던 혜택을 이제는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카드 사용실적이 높은 우수 고객들에게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해 고객 차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8일부터 카드사와 가맹점 간 갈등으로 대형마트에서 대부분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KB·BC·시티 등 3개 신용카드를 뺀 대부분 카드의 무이자 할부를 없앤다. BC와 KB카드는 이달 28일까지, 시티카드는 다음달 31일까지만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다.
홈플러스도 KB·BC·시티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의 무이자 서비스를 종료한다. 롯데마트도 BC·롯데카드를 제외한 모든 신용카드의 무이자 할부가 끝난다. BC·롯데카드는 이달 말까지 서비스를 유지한다.
대형마트의 무이자할부 중단은 올해 발효된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무이자할부에 드는 마케팅비용을 카드사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한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용했던 '무이자 할부'의 비용(연간 약1조2000억원)은 지금까지 카드사가 전액 부담해 왔다. 하지만 올초 개정 여전법이 시행되면서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가 물건의 '판촉 행사'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매출감소가 예상된 카드사들이 대형마트에 대해 무이자할부 비용의 50%를 부담하라는 메시지다.
무이자할부로 상품판매에 덕을 보기는 했지만 대형마트들은 예전과 달리 비용을 내야하는 상황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무이자 할부는 카드 고객 유치 수단이지 판촉 행사가 아니여서 비용을 분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와 카드사들의 무이자할부 비용을 놓고 벌어진 갈등이 설연휴를 전후해 잠시 휴전상태에 있다가, 다시 폭발한 셈이다.
갈등을 중재해야할 정부는 일단 카드사들의 손을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대형 가맹점이 50% 이상 내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대형마트에서 비융부담을 하기로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우수 고객에게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로 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카드사들이 자사에 돈을 벌어주는 핵심 고객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들에게는 기존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날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우수회원인 탑스클럽 회원에게 등급에 따라 분기별로 100만~500만원까지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삼성카드도 가입 10년 이상, 연간 사용액 900만원 이상 장기 우량 회원에게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우수 회원에게 상시 행사용으로 제공되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진행하며 지속 여부는 감독 당국의 의견을 거쳐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 역시 연간 카드 이용액이 2000만원 이상인 우수 고객은 전 가맹점 무이자 할부 6개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VIP 회원도 등급별로 최대 무이자할부 10개월까지 할 수 있다. 국민카드의 경우는 연간 2400만원 이상을 쓰는 우수 고객에 대해서는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지속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