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고전하고 있는 한국증시에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올 초부터 외국인 주식을 팔고 연기금은 이를 사는 구도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달 들어서면 연기금이 1조원 넘는 주식을 사모았다.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연기금은 자금 포트폴리오상 주식비중을 늘려야 하고, 뱅가드 펀드의 벤치마크 변경 때문에 어차피 물량을 정리해야 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서로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초부터 이달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534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투신, 사모펀드를 비롯한 여타 기관과 외국인 등이 이 기간에 순매도한 금액이 2조5359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중 절반 가량(41.5%)을 연기금 혼자서 쓸어담은 셈이다.
KDB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올해 들어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와 동떨어져 하락세를 보였지만 연기금은 매우 적극적인 매수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연기금이 사 모은 종목 최상위권은 전기가스, 통신, 보험 등 경기방어주로 채워졌다. 순매수 1위는 한국전력(1730억원)이었고, 이어 삼성생명(1637억원), SK텔레콤(1385억원), KT(1352억원), 포스코(1276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이 올해 내내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이미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통해 재작년말 71.0%였던 채권비중을 2017년까지 60% 미만으로 줄이고, 작년 9월말 기준 25.8%인 주식 비중과 7.8%인 대체투자 비중은 2017년에 각각 30%와 1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올해에도 10조원 가량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