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2013년 야심작 '코란도 투리스모'는 'MLV(Multi Leisure Vehicle·다목적/다인승 레저 차량)'을 콘셉트로 내세운 만큼, 여행과 레저활동을 위한 세컨드카로서는 신선한 가치를 지녔다.
그러나 디젤엔진 치고는 낮은(4등급) 연비, 다소 불편한 승차감과 정숙성 등은 출퇴근과 근거리 이동이 주를 이루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경쟁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시승을 위해 처음 만난 코란도 투리스모의 외관은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혹자는 '앞모습은 코란도 C, 뒤태는 전작인 로디우스'라고 폄하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접 꼼꼼히 살펴본 코란도 투리스모는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무난하고 멋진 외관이었다.
실제 시승 도중 만난 시민들도 외관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내렸다.
특히 시민들은 11인승 차량임에도 일반적인 미니밴에서 채용한 슬라이딩 뒷문이 아닌, 여닫이 방식이어서 대형 SUV처럼 보이는 스타일에 관심을 보였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RT 4WD. 전장 5130㎜, 전폭 1915㎜, 축거 3000㎜의 커다란 몸집에 2.0 한국형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운전석에 올라타 살펴 본 내관은 최근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유행이 총집결된 느낌이었다.
시승모델이 최상위 트림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운전석 디지털 계기판과 뒷좌석에서도 볼 수 있도록 중앙에 위치한 클러스터 계기판, 버튼시동 스마트키, 히팅 스티어링휠, 7인치 내장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진입시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티켓홀더와 동전 전용 수납공간 등은 다양한 운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실용성이 강조되는 레저차량인만큼, 고급스런 내장재를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실망을 느낄수도 있다.
이 또한 코란도로 대표되는 쌍용차만의 '투박스런 멋'으로 본다면 개의치 않을 정도다.
더불어 1열 플랫, 2~3열 플랫·폴딩, 4열 더블폴딩 등으로 다채롭게 변신이 가능한 좌석의 공간활용성은 승합차가 부럽지 않아 보였다.
시승 코스는 세텍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와 국도·지방도를 경유해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강촌 리조트까지 왕복하는 약 150㎞ 구간이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해 시내구간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까지는 제조사의 말처럼 파워와 승차감, 정숙성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지 않았다.
도로 상태도 시승 당일은 중부지방에 이틀전 많은 눈이 내렸지만 제설작업과 따뜻한 날씨 등으로 인해 노면도 말라있어 거칠것이 없었다.
더구나 버튼 하나로 작동되는 전자식 4WD 차량이어서 후륜방식의 2WD 모드에서의 정속주행은 편안함을 선사했다.
다만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고속 주행시에는 쌍용차만의 정체성이기도 한 디젤엔진의 강력한 파워와 가속력 등 성능적인 면과 정숙성 등 승차감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디젤엔진 특유의 파워와 가속력이 부족했다. 특히 오르막 구간과 좁은 국도길에서는 4WD 모드로 전환해도 기대보단 아쉬운 주행성능을 보였다.
여성이 운전하기에는 무겁게 느껴질 스티어링휠도 고속주행시에는 미세한 떨림이 전해오는 등 안정감이 떨어졌다.
모든 미니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뒷좌석인 2열부터는 승차감면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쌍용차가 강조한 정숙성도 민감한 운전자라면 시속 100㎞를 넘어서부터는 옆사람과의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데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소음이 있었다.
그래도 운전자와 승차자로서의 짧은 시간의 '시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란도 투리스모는 기아차의 카니발에 필적할 미니밴 모델이라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싶다.
무엇보다 다인승 미니밴만이 누릴 수 있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주행(6인이상 탑승시), 연간 자동차세 6만5000원 등의 특권과 다채롭게 활용이 가능한 레저용 신차라는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연비나 주행성능이 대단하고, 파격적인 디자인도 아니지만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앞으로 쌍용차 대표 브랜드 '코란도'의 이름을 앞세운 코란도 투리스모가 수입차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신화준기자 shj5949@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