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한파가 증권가에서부터 시작됐다. 유례없는 불황을 맞은 증권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조기퇴직을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한 대형 증권사는 직원 100여명을 무더기로 권고사직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최근 본사 직원 일부를 지방 지점으로 발령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관리직에서 영업직으로의 전환은 무척 견디기 힘든 일"이라며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권고사직이나 사내질직에 대한 두려움이 증권가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긴축경영에 나선 각 증권사가 지점을 대폭 줄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 지점 수는 모두 1681개로 집계됐다.
2011년 9월 말에 집계된 지점 수는 1779곳이다. 1년 만에 98곳이 사라졌다.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9곳이 감소했다. 동양증권도 20곳을 없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이 잦으면 퇴사 압력도 높아진다"며 "두 곳이었던 보직이 한 곳으로 줄어들면서 이른바 '사내실직' 상태가 되거나 퇴사를 결심하는 직원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3월에 '감원'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 중 연결실적을 제출한 증권사 17곳의 작년 4~9월 영업이익은 4540억원으로 전년 동기(7672억원)보다 40.8%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62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4만3091명으로 729명이 감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들 두려운 마음으로 '3월 광풍'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시장 전망이 안 좋은 데다 연초 거래대금 또한 낮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