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와 원고 현상이 겹치면서 한국경제가 '환율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신호가 주식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 수출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줄고, 외국인들은 일본으로 돈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는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와 내수 확충 기회 활용을 주문했다.
27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애가이드와 금융투자업계,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급격한 엔저·원고 현상의 여파로 대표적인 수출주인 운수장비 업종의 시가총액이 최근 4개월여동안 34조원 이상 사라졌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는 올해 환율 전망치를 전면 수정하고 사업 계획을 다시 짜는 상황이 됐다.
또 엔화약세는 외국인이 투자 매력이 높아진 일본 증시로 자금을 옮기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모두 1조540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에서 빠져 나간 외국인 자금은 일본 증시로 몰리고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통화팽창 전략을 쓰면서 수출 기업 전망이 밝아져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를 노리고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소는 엔저·원고 현상이 우리 수출과 경제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지만 수입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하락, 내수 진작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는 한편, "원고현상을 내수 확충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수입물가 하락이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독과점적인 수입품 유통구조에 경쟁요소를 도입하고 과도하게 높은 수입 유통마진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