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김영사 펴냄
"클라이맥스의 폭발력은 (영화나 드라마 보다) 소설이 더 큰 것 같더라". 경제학자이면서, 첫 소설을 낸 우석훈(45)은 "텍스트는 읽는 사람이 (그 텍스트에 자신을) 투영해야 하는 상당히 적극적인 매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일 그가 자문으로 있는 타이거픽처스의 서울 돈암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 책은 2014년을 배경으로 '경제 민주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권을 창출한 '시민의 정부'가, 속칭 '모피아'라 불리는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이 기획한 '경제쿠데타'로 인해 국권을 찬탈당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제소설'이다.
그가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모피아와 금융, 그리고 한국경제를 소설로 풀어낸 데에는 당초 기획한 영화화(2011년 가을, 이 이야기의 첫 기획은 시나리오였다)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읽기 어려운 경제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우석훈은 "금융은 어렵다. 한국은행의 존재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거의 없다. (이들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시민들이 경제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총리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모피아'의 실체를 폭로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가진 권력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그 탐욕의 끝이 국민들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 발현될지를 낱낱이 밝혀 소설로 형상화했다.
또 허구와 실재가 절묘하게 조합된 소설에서 경제학자로서의 냉철한 분석력과 정확한 예측이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실제 사건을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경제소설이지만 여성적인 드라마 플롯의 요소를 강화한 것도 독특한 재미를 더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오지환이 수동적인 남성으로 표현된 것은 대표적인 장치다.
"소설 속의 남성은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내재적인 힘이 폭발한 것이다". 오지환의 이름을 현역 LG트윈스 야구선수 오지환에게서 빌려 온 것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LG의 오지환은 지난해 에러왕이었다. 그런데 감독이나 팬들이 좋아한다. 실수를 많이 하는 캐릭터다". 실제로 오지환 선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홈런은 12개 치고 도루는 21개나 하고 안타도 100개 넘게 쳤지만…삼진과 실책이 무성한 오지환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설정은 소설속 오지환에게 독자들이 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민주가 키웠던 시대는 갔고, 이젠 시민이 키워야 하는 시대"라고 대선 이후의 한국사회를 정의하는 우석훈은 이 소설을 통해 시민들이 경제를 읽는 힘을 키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 그동안 '88만원 세대'를 비롯한 경제·인문 서적 출간에서 소설이라는 또 하나의 소통 매개체를 획득한 그는 차기작으로 '교육'에 메스를 들이 댈 예정이다.우석훈은 "고3들이 수능을 거부하고 교육부에 몰려가서 점거하고, 대학 국유화를 이뤄낸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닿아 있는 이 이야기들이 소설화 될 때, 어떤 클라이맥의 폭발력을 보일지가 궁금해진다.
/글·사진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