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연말인데도 신용회복위원회에는 빚 부담을 덜어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용회복 신청을 하러 온 50대의 김모씨는 "지금 사실은 (가족이) 다 흩어져서 사는 상태"라며 "워낙에 (빚)독촉이 심하다 보니까. 가족들한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들이 올해에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차기 정부에서 행복기금 조성을 통한 가계부채 탕감안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데 이어 금융감독원,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 공기관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과다채무자의 빚이 국민세금으로 탕감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일 권혁세 금감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이 기금으로 사들이고 '프리워크아웃' 적용 대상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가계부채 탕감에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장영철 캠코 사장도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 해법 제시를 올해 캠코의 우선 추진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가계부채 공약에 적극 호응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박 당선인은 캠코의 재원을 활용해 '국민행복기금' 18조원을 조성, 취약계층의 원리금 부담 경감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는만큼 선제적 대응은 바람직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부채로 곤란을 겪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 '빚을 갚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31일 가계부채 문제 해법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개인 채무자를 위한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과 캠코 등 금융 공기관들이 적극적인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박 당선인의 '정부 재정을 통한 가계부채 탕감'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