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여야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뜻을 같이 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주 "의원 정수를 합리적 수준으로 감축하자"고 전격 제안하자 민주통합당이 이를 즉각 수용하고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해 비례대표 확대 등과 함께 논의하자고 화답한 것. 새누리당은 '국민의 요구'를, 민주당은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을 명분으로 막바지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쇄신 카드를 들고 나온 셈이다.
'의원 정수 감축'은 당초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내세운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다. 안 전 후보는 지난 10월 의원 특권을 포기하자며 그 일환으로 현행 300명인 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야 모두 부정적이었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이용하려는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했다. 민주당 역시 자칫 정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되 의원 정수는 유지하자'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랬던 여야가 돌연 입장을 바꾼 속내는 무얼까.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가 의원 수 축소를 제안하며 "안 전 후보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 게 그 방증이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안 전 후보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그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정치쇄신에 나서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쇄신 의지에서 추진했다기보다는 대선 전략 차원으로 접근했으니 일이 잘 풀릴 지는 미지수다. 당장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지난 주말 만나 의원 수 축소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서로 상대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의 처리를, 민주당은 투표시간 연장법을 함께 다루자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일명 택시법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놓고도 이견차가 크다.
여야가 '안철수 현상'을 선거 국면에 이용하기 위해 쇄신의 시늉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은 따라서 여야는 '대선 전까지' 의원 수 축소를 매듭짓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선 전에 입법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쇄신은 말이 아닌 진정성 있는 실천이 관건이다. 여야가 맘만 먹으면 의원 수 감축은 당장 오늘이라도 할 수 있다. 표를 의식한 꼼수는 국민의 정치 불신만 더 깊게 할 뿐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