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기 보다는 밖에서 사서 먹는 경향이 높아졌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9일 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 수급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 자료를 보면 가계 식료품비 지출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까지 20% 수준에서2003년 44%에서 2007년 45.2%, 지난해 46.6%까지 높아졌다.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가공식품의 비중도 2003년 23.6%에서 지난해 25.4%로 높아졌다. 반면에 육류, 생선, 채소 등의 신선식품 비중은 같은 기간 32.4%에서 28%로 크게 낮아졌다.
농경연은 "여성의 사회 진출 등이 확대되면서 복잡한 조리가 필요한 신선식품 구매가 줄고, 외식비나 가공식품 구매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소득계층별 식품소비를 보면 지난해 상위 40%의 월평균 식품비 지출은 81만9000원으로 하위 40%(46만2000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식품비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데는 외식비의 '빈부격차' 영향이 컸다. 상위 40%의 외식비는 한달에 40만6000원에 달했지만 하위 40%는 17만8000원에 불과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엥겔지수가 1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란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지수가 높다는 것은 가계의 생활 형편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후진국일수록 엥겔지수가 높다.
최근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의 명목 소비지출은 32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7% 늘었다. 같은 기간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은 44조원으로 6.3% 늘었다. 계산하면 엥겔지수는 13.6%다. 2000년 하반기 14.0% 이후 최고치다. 엥겔지수는 1970∼1980년대 30∼40%를 넘나들다 1990년대 중반 이후 20% 아래로 낮아졌으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2008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6개월간 오름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