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의 주인님
전아리 지음/은행나무 펴냄
스물여섯의 전아리는 젊은 작가다. 지난 12일 서울 신문로에 있는 카페 아토에서 만난 전아리는 "별로 수식어를 받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고 시절부터 문학상과 백일장을 휩쓸며 '문학천재'로 불렸다. 20대 들어서는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잇달아 받아 한국문단의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전아리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변화가 무쌍한 작가가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호칭이 필요하다면 '작가'이면 그뿐이지, 수식어로 제한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주인님, 나의 주인님'에는 전아리가 2007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문학지에 발표한 단편 8편이 묶여 있다. 작가이자 '프로 이야기꾼'으로 발돋움한 전아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전아리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폭력을 주제로 하고 있다"고 밝힌다. 문학평론가 이소연은 "독자를 시험에 들도록 만든다"고 평했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소설에 묘사된 폭력의 일상화와 집착이 그런 질문을 만들어 낸다. 이 소설집은 폭력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손찌검 한번 한 적 없이 상대의 삶을 손아귀에 쥐고 뒤흔들거나, 폭력에 노출된 자신을 그대로 방치 혹은 아예 쾌락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8편의 이야기들은 실상 인간의 '욕망'과 '쾌락'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내면에 감춰져 있는 어둠을 자극적이면서도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전아리는 소설집 처음에 나오는 '작가지망생'에 대해서 "얽혀 있는 권력구조와 사람의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반전을 담았다"고 말했다. '오늘의 반성문'에는 "선생님 전 맞는게 좋아요"라고 말하는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주인공이다. 전아리는 "자존감이 강하고 욕망이 있고, 삶에 의지가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선택적 마조히즘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가학적인 인물인 '플러스마이너스'에서의 '소년'에 대해서도 "욕망이 여실히 드러난…약한 사람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고, 소녀를 평생 동안 이용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설집 주인공들은 모두가 폭력과 집착과 음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쾌락에 도취돼 있는 인물들이다.
전아리는 폭력의 의미를 확대하면서도 이를 전복시켰다. "폭력을 인지하는 순간 다른 삶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살아 있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라고 느끼는 전아리에게 자연스런 귀결이다. 그래서인지 여섯번째 장편 소설이 될 다음 작품은 '유혹의 기술'을 다룰 계획이다. 전아리는 "실연과 복수에 관한 로맨스 반전 소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