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의 시설관리 회사에서 일하는 김 모(35)씨는 지난해 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연봉도 제법 올랐다. 입사 당시 갖고 있던 수질관리산업기사 자격증에 더해 대기환경산업기사 자격증을 추가로 딴 것이 도움이 됐다. 이를 근거로 김 씨는 다음 달 대출 연장 문의가 오면 은행에 '금리인하'를 타진해 볼 생각이다. 그는 "연봉이 오르거나 전문자격증을 취득하면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알았다"며 "(신용대출) 2000만원을 받았는데, 1%만 덜 내도 월 2만원 가량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4년 전 결혼을 위해 대출을 받은 김 씨는 현재까지 최초 대출금리 그대로 이자를 내고 있다.
앞으로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승진을 하거나 취업을 하게 되면 이자를 줄이기가 한결 쉬워진다. 또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연장하는 개인고객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금리인하 요구권'을 명시한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26일 의결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취업이나 연봉상승 등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변화가 생겼을 때 고객이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2002년에 도입됐지만 이용 실적이 거의 없고 기준도 은행마다 달라 유명무실했다.
대출금리 모범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개인의 경우 ▲취업 ▲승진 ▲소득 상승 ▲신용등급 개선 ▲전문 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재산 증가 등 7가지 경우에 해당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이 투명하게 대출금리를 산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며 "대출금리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에게 적극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면 좋을 것 같고, 만기 연장을 할 때도 (대출 금리 인하에 대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원칙적으로 의결된 대출금리 모범규준은 당장 오늘부터 시중은행에서 적용된다. 다만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일부사항은 시행을 위해 시스템 개발과 내구 개선작업을 거쳐야 해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모범규준은 신용대출자만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자에게도 해당 된다. 하지만 대출 금리를 인하와 관련된 금리인하 요구권은 신용대출에만 적용될 공산이 크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이 규준이 적용된다"면서도 "금리인하 요구권은 주로 신용상태 개선 등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하려면 거래 당시와 비교해 취업·승진·자격증 취득과 같은 변동 사항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승진의 경우 재직증명서나 연봉인상을 입증할 수 있는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대출자의 금리를 바로 내려 주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들마다 대출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전문 자격증의 범위 등 세부사항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실무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출금리 모범규준이 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등급별 대출금리를 매달 공시하고, 변동주기가 돌아와 대출금리가 바뀌면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고객에게 이를 안내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는 은행별 대출금리도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중소기업 운전자금 신용대출, 중소기업 운전자금 물적담보대출 등 유형별로 나눠 매달 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