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 한국인의 오리진이다
이종욱 지음/고즈윈 펴냄
단군은 민족의 시조이고,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이 관념이 거짓이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한국인의 시원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종욱 서강대학교 총장(66)은 최근 '신라가 한국의 오리진이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그대로 이 책의 주제가 된다.
지난 주 서강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단군이 민족의 시조라는 것은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한국사 개설서조차 없었던 해방 후 분단 상황에서 한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한 주문에 단군을 시조로 하는 단일민족으로 설정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일본이 천황을 시원으로 하는 역사를 만들어낸 것처럼 해방 후 서울대 국사학과 중심의 이른바 '관학파'가 주도해 단군을 대입을 시킨 역사의식을 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신라의 삼국통합은 한국·한국인의 운명을 결정한 사건'이라고 했다. 한국·한국인의 오리진이 고구려나 백제가 아닌 신라에 있도록 만든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구려가 삼국통합을 했다면 우리가 만주를 넘어 중국까지 지배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우리의 일반적인 역사적 아쉬움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했다.
"답은 간단하다, 고구려가 통합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인들은 고씨, 을씨, 연씨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다수가 될 것이다. 신라성씨(박·석·김씨로 이뤄진 종성과 이·정·손·최·배·설씨로 이뤄진 육부성)는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고구려가 중국을 정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금·원·청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의 역사가)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 같은 지적은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다문화' 문제를 한결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순수혈통의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주입되면서 다문화가 인정 안 됐다. 한국인은 순수 혈통이 아니다. 해방 후 만들어진 단일민족의 신화를 가지고 국제화된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신라가 삼한통합을 이룸으로써 한민족 무대가 한반도로 쪼그라들었다는) 잘못된 역사의식을 떨쳐 버릴 때가 됐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거짓 역사를 그대로 가져가면 (한국인들이) 허황된 꿈만 갖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