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의 추진력이 강점인 신동규(사진·61)씨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에 취임한지 오늘(6일)로 133일이다. 허니문 기간이 석달하고도 한 달 더 지났지만 '신동규호의 경영혁신 움직임'은 가뭇하다.
농협은행에서 연간 1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직원들의 횡령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등 조직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신동규 회장이 한가한 것이냐"는 의문이 나올만 하다.
농협의 신경분리 후 농협금융 전반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할 신 회장의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280만 여명의 농협조합원들의 미래에도 농협금융지주의 활동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그동안 신 회장은 경영혁신을 위한 과제 설정을 위해 간부급에 이어 과장들과 끝장 토론을 하기도 했다. 취임 100일 관련 대외 행사를 일체 하지 않았을 정도로 집중해 경영혁신 과제 찾기를 독려했다. 또 그는 "농협금융하면 떠오르는 대표상품이 없다"며 상품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화된 것은 거의 없다. 농협금융지주 홍보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기는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5일 자회사인 농협카드·NH농협캐피탈이 선봉장격으로 포인트 특화카드인 'New Have 카드'와 리스 상품인 '나눔리스'를 내놓았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지시로 내놓은 이들 상품이 녹록치 않은 시장상황에서 '농협금융의 대표상품'이 될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대표상품의 타겟층으로 잡은 젊은층 공략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곪을대로 곪은 조직기강 잡기가 시급한데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농협의 도덕적 해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감 일부만 살펴봐도 NH농협은행이 일으킨 금융사고 금액은 1년 평균 100억원이 넘었다. 지난 2007년부터 올 6월까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이 모두 636억7300만원이다. 또 농협 내부직원의 횡령 및 유용으로 인한 금융사고는 지난 4년간 300여건에 이르렀고,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500억 여원에 달했다.
김승남 의원(민주통합당)은 "농협 내부 직원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과 농어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근무기강을 바로 잡아 내부 직원의 불법행위가 원천적으로 있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농협이지만 제 식구는 철저하게 감싸왔다.
경대수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농협은 시재금을 횡령한 혐의로 정직처분을 받은 최모에게 6개월 간의 정직기간 동안 매월 166만원(기본급의 90%)씩 1000만원에 달하는 휴직급여를 지급하는 등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88명에게 정직 중 휴직급여를 줬다. 지급된 금액만 4억여원. 또 출근하던 농협 직원이 안전거리 미확보로 앞차와 부딪혔지만 사고에 대한 합의금 500만원을 농협에서 지원하는 등 상식상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다.
경 의원은 "교통사고 가해자 직원의 합의금까지 지급한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도한 휴직급여 지급과 상식밖의 과잉복지는 농민과 조합원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했다.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