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이모씨는 길거리 전신주에 '카드발급 대행·신용불량자도 100% 가능·한도 500만 원까지'라는 안내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여성 상담원은 "신용등급 수준이나 직업 유무와 상관없이 휴대전화 번호에 대한 '사용신용'을 바탕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용카드사들의 '묻지마' 카드발급이 여전한 가운데 이에 따른 후유증도 컸다. 지난해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는 무실적 신용카드가 크게 늘어나고, 이로 인해 낭비한 비용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또 신용카드 불법모집도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노회찬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무실적 회원은 전체 발급 카드의 25%에 이르는 1750만명으로 집계됐다.

노회찬 의원은 신용카드 한 장당 발급비용이 약 4만3000원임을 감안할 경우 카드사들은 지난해 약 1조3056억원의 비용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노 의원은 "1조 이상의 비용손실은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신용카드 불법모집으로 가장 많은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받은 전업계 카드사는 삼성카드였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정무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삼성카드는 신용카드 불법모집인에 대한 벌금 및 과태료로 지난해와 올해에 1350만원을 부과받아 롯데카드(990만원), 신한카드(740만원), 현대카드(240만원) 보다 많았다. /김지성기자 lazyh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