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르면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한다.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후 두 달여 동안 국민을 만나 의견을 들은 결과를 '담백하게' 밝히는 국민 보고회 형식을 통해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힌다는 것이다. 형식이야 어찌됐든 그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 온 안 원장이 드디어 베일을 벗고 '대통령 선거'라는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안 원장이 무대 위에 오르면 대선판은 박근혜-민주통합당 후보-안철수의 3각 구도로 짜여진다. 하지만 이 구도는 '1차 예선'일 가능성이 있다. 최종 본선은 3자 대결로 이뤄질 수도 있고 양자 대결로 압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대선판의 최대 관심사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이 모두 본선까지 완주할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지가 올 대선의 가장 큰 변수인 것이다.
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 측에선 '담판을 통한 단일화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누구 한 명이 통 크게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안 원장의 양보를 전제로 하는 일종의 '찔러보기'다. 시간이 갈수록 무소속 후보보다는 수권 능력이 있는 공당의 후보에게 힘이 더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무소속 필패론'을 내세워 안 원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안 원장 측 입장은 다르다. '담판론'은 민주당의 일방적 희망 사항일 뿐 안 원장이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내심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결정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시민후보는 여론조사 30%,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 30%, 국민참여경선 40%를 반영해 단일화했다. 민심은 안 원장 편이라는 자신감이 배경이다.
안 원장이 그동안 반(反) 새누리당 정서를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야권의 정권교체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큰 편이다. 하지만 아직은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한동안은 보폭을 넓히는 데 주력하지 단일화에 눈길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나 안 원장 모두 상당기간은 자신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결국 두 세력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단일화는 대선 직전에야 결론이 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