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2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921조9000억 원. 지난 3월말보다 10조9000억 원 늘었다. 사상 최대다. 1분기에 전분기보다 8000억 원이 줄어 다소 주춤해지나 싶더니 다시 오름세로 접어든 것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노력에도 가계 빚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5.6%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8.8%, 4분기 8.1%, 올해 1분기 7.0%에 이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고 안심할 계제는 아니다. 상호금융 및 새마을금고 등 대출금리가 은행권보다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빚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군 대출자가 많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과 같다. 주택담보대출 비중(43%)이 높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부실화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0.7% 이하에 머물던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0.97%까지 높아졌다. 가계 부채가 부실화하면 그 불똥이 금융기관으로 튀고 그로 인해 나라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 전 우리 국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7년 146%에서 지난해 3ㆍ4분기에는 155%로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80%), 그리스(98%), 스페인(141%) 등 위기의 유로존 국가들보다도 높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우리나라의 지난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4%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초기(130%)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가계부채 해법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은 금리 재조정, 원활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 서민 금융 확대 등이 필요하다. 근본적 해법은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지속 성장과 과실의 공정한 분배, 일자리 창출 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