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윤의
생활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카스와 OB골든라거 등 오비맥주의 출고가격이 오늘부터 5.89% 오른다. 주류 뿐 아니다. 이미 라면, 햇반, 사이다, 콜라, 캔커피, 두유, 우유, 과자 등 가공식품이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줄줄이 올랐다.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져 시금치, 상추 등 각종 채소가격 역시 최근 한 달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기요금이 평균 4.9% 오르는 등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점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4~7개월 후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추석이 가까워오고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날씨의 영향으로 가을배추와 무의 적정수확이 어렵다고 한다. 김장철 물가도 위태롭다.
정부의 눈치를 보던 업체들이 정권 말 느슨한 물가관리를 틈타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래저래 하반기 물가는 불안하기만 하다.
생활물가가 오르면 고통 받는 것은 서민이다. 정부가 물가관리에 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는 안이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그치고 생산자물가도 4달 째 하락세라며 '안정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물가가 워낙 높았던데 다른 기저효과에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의 인하효과가 작용한 착시효과일 뿐이다. 상승률이 떨어진 것일 뿐 물가수준 자체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도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래서인가. 대책이라는 게 무척 한가해 보인다. 당초 연말까지 운용할 예정이었던 제분용 수입밀과 사료용 콩, 옥수수 등의 할당관세(10%)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가공식품업계와 사료업계의 가격 담합을 집중 감시한다는 정도다.
지난 2008년 곡물 파동 때 내놨던 대책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사실상 무책이라고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니지 싶다.
정치권도 매 한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대선 주자들은 실체도 애매한 '경제 민주화' 에만 매달려 있을 뿐 서민의 삶은 뒷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차기정부에 바라는 선결 과제는 경제민주화(12.8%)나 복지확대(6.7%)가 아니다.
물가안정(36.0%)과 일자리 창출(32.3%)이 압도적이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팍팍한 서민의 삶을 보듬어줄 수 있는 물가 안정, 취업난 해결 등 생활체감 정책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