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전 세계의 실물경기위축이라는 쓰나미를 지구촌에 가져왔다. 그 여진이 다시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다시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행히 최근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이 일연의 위기해결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의 집행이 기대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계경기의 회복지연이나 더딘 성장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규모개방국가로서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경제로서는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IMF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어가고 있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있고, 40-50대 은퇴자의 생계형 창업으로 인한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쟁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의한 경기둔화나 회복지연은 중산층의 붕괴와 함께 사회적으로 약자인 서민이나 중소상인에게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사회의 중산층의 감소와 서민경제의 몰락은 당사자들은 물론 이들에게 신용을 제공한 은행의 부실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한 경기위축 심화의 악순환 고리가 발생될 수 있다. 정책당국이 서민경제의 몰락을 사전에 방지하고 서민경제를 보호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작금 우리사회에 서민이 고통을 받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서 연유하는가를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에 도입된 고용유연제로서 고용의 비정규직화에 의해 고용안정성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데에 있다.
2011년말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전체 임금근로자 중 대략 34%이상이 임금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소득의 양극화는 물론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심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둘째, 우리경제가 과거 노동과 같은 요소투입형 산업에서 기술혁신 주도형 산업으로 전환되는 경제패러다임이 변화한 데에 기인한다. 왜냐하면 기술혁신형 경제에서는 노동력의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서 전문기술보유자를 제외하고는 비전문가의 실업이나 고용불안은 불가피하게 발생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도 이런 부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셋째,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행동주의적 처신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개된 경기부진에다가 유럽 재정위기가 가세함으로써 그 우려감이 공포에 가까울 만큼 다른 나라보다 과도하게 우리사회에 증폭돼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한 예가 부동산거래의 실종이다. 경기부진과 인구고령화를 감안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의 행동은 우리경제가 당장 경착륙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경제는 자체적인 복구기능이 있다. 다만 그 주기가 긴지 짧은지는 경제주체들의 복합적인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인 행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여 서민경제와 중산층을 보호해 나갈 것인가?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모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용유연제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면 정부는 정규직화를 시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최소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시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필자가 보기엔 기술혁신형 산업구조에서 필요한 인력이 배출되도록 하는 고등교육의 질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청년실업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현재 저부가가치형 청년창업이 고부가가치형으로 변모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셋째, 현재 실종된 부동산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예, 한시적 등록 및 취득세 감면 등)이 요구된다. 이는 이자상환부담으로 매도하려는 주택보유자의 몰락방지는 물론 금융기관의 부실방지, 주택관련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상인들의 영업활성화, 그리고 지자체의 세수 증대에도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과도한 낙관은 문제가 있다. 경기에 대한 과도한 비관 또한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현재의 일시적인 경기부진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경기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인 서민, 중소상인, 몰락 직전의 중산층이 극빈계층으로 전락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