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e스포츠협회(KeSPA) 소속 8명의 선수들이 미국 현지 팬들을 위한 사인회에서 사인을 하고 있다.
10일(한국시간) '2012 메이저리그 게이밍(MLG) 스프링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그리스계 미국인 고첸 얌체스키(남·25)는 10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15세 때 프로게이머 임요한 선수의 경기에 매료된 뒤부터다. 지금은 2세대 스타 게이머 이영호·이재동의 경기에 흠뻑 빠져있다. 그는 "온라인으로 한국 게이머들과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에서 e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게임을 통해 맺어진 한국 사랑은 2008년 한국 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7개월간 머무르면서 경기도 일산 라페스타 거리, 진해 벚꽃축제 등을 경험했다. 얌체스키는 "미국에서도 e스포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곳에서 한국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스타크래프트2'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러 경기장으로 사라졌다.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 프로게이머에 대한 해외 팬의 사랑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e스포츠가 한류 열풍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되고 있다.
MLG 현장에서 한국 선수에 대한 반응은 K-팝 열풍에 버금갔다. 이벤트 경기 참가를 위해 온 한국 e스포츠협회(KeSPA) 소속 선수 8명의 사인을 받기 위해 선 300m 가량의 줄은 1시간 내내 이어졌을 정도다. 선수들은 팬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현지 방송과의 연이은 인터뷰를 소화했다.
전 세계에서 MLG를 보기 위해 모인 관중은 한국 선수들의 빠른 손놀림과 치밀한 전략에 경기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박수호 선수의 우승을 기대하면서 MLG현장을 찾았다는 조앤 니쉬(여·27)는 "한국 선수들은 항상 새롭고 놀라운 전략을 보여줘서 너무 좋다"고 환호했다.
캐나다인 제니퍼 블랭켄십(여·26)은 "이제동과 김택용은 매우 잘 생기고 섹시하다. 이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하고 최고가 돼 해외 대회에서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통합되면서 e스포츠 흥행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스타크래프트2가 기존 프로리그에 합류하며 스타크래프트에서부터 인기를 얻은 프로게이머를 대거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e스포츠의 볼거리도 풍성해 질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국내외 e스포츠 팬의 기대감도 커졌다. '게임 한류'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e스포츠 팬과 시장이 확대될 경우 e스포츠 컨텐츠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견줄 수 있는 지구촌 놀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MLG에 참가한 한국팀 관계자는 "주최측이나 미디어의 관심이 게이머에서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이를 특화시킨다면 e스포츠가 제2의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