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기료 폭탄'이 예고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초절전 모드'로 돌아섰다.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초절전형 가전을 찾는가 하면, 냉방비를 줄이기 위해 침구·의류 등을 시원한 소재로 갈아 치우는 중이다. 고물가 시대 속에서 초여름 무더위를 알뜰하게 이겨내려는 모습이다.
빠듯한 생활비로 전기료에 민감한 주부들은 '전기 먹는 하마'인 에어컨이 가장 골칫거리다.
워킹맘 이선영(33)씨는 지난주 절전형 에어컨을 구입했다. 이씨는 "일반형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에너지 효율 1등급 짜리를 골랐다"며 "웬만한 더위에는 안 켤 생각에 소형 선풍기를 함께 들여놨다"고 말했다.
2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씨 같은 이들이 몰리면서 초절전형 에어컨은 일반 제품보다 20% 이상 비싸지만 주문량은 증가했다. 특히 다이어트 냉방을 앞세운 LG전자의 '손연재 스페셜'은 에어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냉방 효과를 높이는 서큘레이터(공기 순환기)를 찾는 고객도 부쩍 늘었다. 지난 1~11일 롯데백화점 본점 공기청정기 매장에서는 공기 순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많았다. 공기를 순환시켜 냉·난방기와 함께 사용할 경우 실내의 온도차를 줄여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현대백화점에는 초절전 기능을 갖춘 제습기가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꼽혔다. 에어컨보다 소비 전력은 적으면서 습도를 낮춰 시원하게 해주는 기능으로 알뜰한 여름나기에 힘을 보탠다.
◆ 가정마다 냉방비 줄이기 고민
마 소재 이불이나 쿨 소재 셔츠 등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절전' 의류·침구류도 인기다. '에어컨 이불'이라 불리는 인견 소재 침구까지 등장했다.
주부 김정연(38)씨는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 때문에 일찌감치 침대 커버와 파자마를 여름 소재로 교체했다. 김씨는 "지난 여름 밤새 에어컨을 틀고 자는 바람에 전기료 폭탄을 맞았다"면서 "올해는 시원한 소재를 이용해 냉방비를 아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롯데마트는 쿨 소재 이용 의류를 지난해보다 5배가량 늘렸다. 쿨 소재는 바람이 잘 통하고 땀이 나도 쉽게 마르는 기능성 소재다. 통풍이 잘되고 가벼운 마 소재의 이불도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실내 냉방 온도 26도 규제에 따라 일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쿨비즈룩'을 독려하고 있다. 여름철 재킷을 벗거나 넥타이를 하지 않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일정 실내온도를 유지, 에너지를 절감하겠다는 차원에서다.
한국패션협회는 냉감 소재를 사용한 에너지 절약형 패션인 '휘들옷(Whidrott)'을 상품화해 이달 말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전력난 속에서 다양한 에너지 절약형 상품이 출시되고 관공서와 기업 등에 쿨비즈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절전형 소비 행태는 더워질수록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