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나비마냥 훨훨 날아다닌다. 하얀 피자 도우가 어깨를 넘고, 머리 위로 솟구치는 모습에 아이마냥 신난다.
가볍게만 보이던 피자 도우를 만져보니 생각보다 무겁고 차갑다. 우리나라의 단 하나뿐인 도우쇼팀, 미스터피자의 '드림팀'은 8년째 이걸 분신처럼 갖고 놀며 전국을 누볐다. 이재웅(32) 과장, 김민혁(31) 주임, 이문기(26)씨는 미스터피자의 가장 재미있고 활동적인 마스코트인 셈이다.
'생도우'와 '수타 피자'라는 강점을 알리기 위해 미스터피자는 2004년 드림팀을 꾸렸다. 이들은 세계 피자대회에서 프리스타일 부문 베스트팀상을 수상하는 등 탄탄한 '피자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피자 도우를 돌리기란 만만치 않은 내공이 필요하다. 떨어뜨리지 않고, 찢어지지 않게 돌리려면 하루 2시간씩 연습해도 꼬박 6개월이나 걸린단다. 이들의 손끝을 보니 지문이 다 닳아 흐릿하다.
요즘은 신바람이 절로 난다. 5월은 한 해 중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라서다. 어린이날 행사부터 대학 축제까지 공연 스케줄이 가득하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춘천으로 '드림카'를 몰고 가 아이들에게 피자를 만들어주고 함박웃음을 선물로 받아왔다.
-도우쇼에 고수들만의 기술이 있을 것 같다.
▶김민혁: 손기술이 주로 많다. 두 손으로 도우를 360도 회전시키거나 손목을 돌려 8자 모양으로 꺾기도 한다. 팔에서 어깨를 지나 반대편 손까지 도우를 옮기는 '어깨치기'도 관객들이 흥미로워한다.
▶이재웅: 나는 저글링을 즐겨 한다. 도우 두 개 또는 세 개를 동시에 공중에 띄웠다 받으면 보는 사람들도 놀라고 재밌어한다.
▶이문기: 도우를 크게 늘리는 것도 실력을 겨룬다. 공중을 날 때마다 마술처럼 쑥쑥 커지는 도우를 보면서 아이들의 눈도 커진다. 많이 늘리면 지름이 90cm까지 넓어지는데 명함을 대면 글자가 다 보일 정도다.
-연습방법을 알려달라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이재웅: 집에서도 손이 쉴 틈이 없다. 수건을 포개고 동그랗게 박음질해 도우 모양을 만든다. 그런 다음 물에 적혀 TV를 보면서도 계속 돌린다. 이러니 출근할 때마다 지문 인식기에 통과가 안 돼 애를 먹는다. 젖은 수건으로 연습하니 주부 습진도 생기더라.
-국내에 없던 도우쇼 공연을 '개척'해왔는데.
▶이재웅: 모두 매장에서 피자를 만들던 친구들이다. 피자를 좋아하는 마음은 기본이고, 무대에서 자신을 던질 끼가 있는 사람들이 도우쇼를 하는 것 같다. 진짜 '피자꾼'이 돼가는 기분이다.
-도우쇼의 매력은.
▶김민혁: 대학 축제 무대에 설 때 젊은 기운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호응이 좋으면 안 쓰던 기술까지 다 선보인다. 도우를 던지기도 한다.
▶이문기: 관객들의 함성 소리는 나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
-도우쇼에도 유행이 있을 텐데.
▶김민혁: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셔플 댄스 음악에 접목해 공연을 하고 있다. 세계무대 나가보면 비보잉도 응용하더라. 우리 팀은 비트 있는 스트리트 댄스에 격한 춤 동작을 많이 접목한다.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2007)에도 나가 '섹시한 피자'로 인기를 끌었었다.
-중국에도 도우쇼팀을 만든다고 들었다.
▶이재웅: 중국에 미스터피자 매장이 22개다. 그 곳에서도 도우쇼 열기를 전파할 생각이다.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도우쇼팀을 모집하고 있다. 우리팀이 직접 가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올 계획이다.
-'드림팀'의 '드림(꿈)'을 얘기해 달라.
▶이재웅: 국내 유일한 도우쇼팀이지만 끼 있는 후배를 충원해 더 프로다운 공연을 만들고 싶다.
▶김민혁: 남들이 안하는 특이한 일을 하면서 즐거움까지 줄 수 있다는 게 보람차다. 뮤지컬을 도우쇼와 접목하면 너무 멋있을 것 같다.
▶이문기: 세계 대회 개인전 우승이 목표다. 지금 겨우 남아있는 지문이 다 없어질 만큼 노력할 것이다.
/전효순기자 hsje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