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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필름리뷰 : 정신과 의사의 위험한 사랑 그린 '데인저러스 메소드'



캐나다 출신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 신체의 '변이' 혹은 '이종 결합'을 주로 다룬 컬트영화 전문 연출자였다.

83년작 '비디오 드롬'에선 인간의 몸을 VCR로 바꿨고, 86년작 '플라이'에선 인간과 파리의 유전자 합성을 그렸다. 그런가 하면 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검열 논란을 빚었던 '크래쉬'에선 인간과 자동차의 섹스란 다소 기괴한 소재에 도전했었다.

그랬던 크로넨버그 감독이 2000년대 들어 조금 점잖아진 느낌이다. 폭력의 근원을 섬세하게 탐구한 2부작 '폭력의 역사'와 '이스턴 프라미스'에 이어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정신분석학의 두 태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인저러스 메소드'를 선보였으니 말이다.

10일 공개된 이 영화는 학문적 사제 관계였던 이들이 어떤 일로 갈라서게 됐는가를 설명한다. 융(마이클 패스벤더)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성적 학대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 사비나(키이라 나이틀리)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융을 후계자로 아끼는 프로이트(비고 모텐슨)는 융과 사비나의 관계를 눈치챈 뒤 융에게 헤어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융은 스승의 이같은 권유를 거부하고 사비나와 서로 가학적이면서도 피학적인 성 관계를 이어간다. 동시에 성적 접근에서만 문제의 실마리를 찾던 프로이트에게 "무의식의 세계 또한 중요하다"며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프로이트와 융의 저서를 읽어본 적이 있는 관객들에겐 무척 흥미로운 줄거리다. 대화에 의한 치료를 의미하는 '토킹 큐어'라든가, 의사가 환자의 감정에 거꾸로 동화되고 이입되는 '역 전이' 현상은 난해하게 접했던 그들의 오래전 이론을 비교적 쉽게 풀어 설명한다.

빛 바랜 사진에서 방금전 튀어나온 것같은 주요 출연진의 호연은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전기 영화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앞서 '폭력…'과 '이스턴…'에서 두 차례나 호흡을 맞춘 덕분에 크로넨버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모텐슨과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대세' 패스벤더는 사제와 라이벌을 오가는 두 실존인물의 인간적 약점마저도 구체적으로 잡아낸다.

광인과 천재, 사랑에 매달리는 여인의 세 가지 모습을 한꺼번에 선보인 나이틀리의 연기 또한 명불허전이다.

이처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80점 이상은 먹고 들어가지만, 아쉬운 구석은 크로넨버그 감독이 왕년의 도발적인 야성을 다시 꺼내놓는데 살짝 주저했다는 점이다. 지적인 소재를 특유의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시선으로 접근했다면 폭발력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조금 있으면 개막될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백만장자가 하룻밤새 전 재산을 잃어버린다는 내용의 신작 '코스모폴리스'가 진출했는데, 이 영화에선 과연 예전의 기력을 되찾았는지 궁금해진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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