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진퇴의 기로에 섰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2기 체제를 시작한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스캔들에 휩쓸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포스코의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으로 추락하고, 일본 최대 제철기업인 신일본제철로부터 1조4000억원대 소송을 당하는 등 잇단 악재에 더한 것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낙마할 것이란 시각이 포스코 안팎에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이 같은 시각이 전달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의 당사자들이 포스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의 불똥이 포스코로 튀고 있다.
최근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포스코건설이 시공에 참여하도록 우리은행이 무리하게 파이시티 파산을 신청했다"고 주장하면서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이 불거진 것.
앞서 지난해 5월 파이시티 시공자 재선정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총사업비 2조4000억원 규모의 파이시티 사업권을 확보했다.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8900억원에 이르는 대출금에 대한 보증을 하지 않는 등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것. 특혜의혹이 제기된 대목인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동조 제인엔테크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정 회장의 리더십에 상처가 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 회장의 '낙마'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정권말기에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홍보라인이 전면 교체된 것에서도 이 같은 흐름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정 회장 라인으로 불렸던 멤버들이 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름대로 (정 회장)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사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정 회장 낙마설에 대해 포스코 계열사 한 관계자는 "바깥의 요인으로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포스코에 회장직이 생긴 것은 1981년이다. 6명의 회장이 거쳐갔지만 제대로 임기를 채운 사람은 없었다.정 회장이 잇따른 악재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