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 'UDT' 멤버 김천응, 김진환, 좌미혜(사진 왼쪽부터)씨가 신촌점 유플렉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철들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직장인들이 뭉쳤다.
평균 나이 28살. 핫트렌드에 바싹 안테나를 세웠다. 거리는 곧 사무실이다. 방금 가로수길에서 본 괜찮은 편집매장은 즉각 팀장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보고한다.
현대백화점의 영패션전문관 유플렉스에 젊은 DNA를 심겠다고 모인 사내 동호회 'UDT(U-Plex Design Team)' 멤버들이다.
'튀면 정 맞는'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강심장을 가졌다.
백화점 정문을 뜯고 거대한 요트를 들여놓는가 하면, 백화점에서 힙합파티까지 열었다. 최근엔 할인 행사장에 '행사장이 다람쥐'란 재치 있는 현수막을 내걸어 네티즌에게 화제를 모았다. 요즘 인기 있는 개그콘서트 '꺾기도'에 등장하는 끝말잇기 유행어를 응용한 것으로, 튀어도 확 튀는 마케팅 아이디어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좌미혜(35·영마케팅) 대리, 김진환(29·중동점 유플렉스) 주임, 김천응(32·목동점 유플렉스) 주임의 고군분투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
-가장 뿌듯했던 기획은 무엇이었나.
▶김진환: 백화점이 바다를 품게 한 일이다. 바다로 가지 않으면 못 보는 요트를 매장에 가져오겠다고 했을 때, 다들 고개부터 저었다. 고정관념을 깨보자고 마음먹고 송도에 있는 요트 경기장을 찾아갔다. 무대포로 부딪혀보니, 설득이 중요하더라. 이후 말과 리무진 등 백화점에선 생각도 할 수 없던 것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김천응: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의 무대를 만들게 돼 자랑스럽다. 2년 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신 디자이너와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매출이 너무 좋았다. 이후 물꼬가 트여 타 백화점에서도 신진 디자이너의 편집매장을 열더라.
▶좌미혜: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모전'을 처음 도입했다.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인 '슈퍼 히어로'는 신촌점 유플렉스의 명물이 됐다. 마케팅 공모전에도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지난달 모집한 대학생 마케팅 자문단인 'U-서포터즈'는 경쟁률이 20 대 1이 넘었다.
-2030 젊은 소비자를 위한 타깃 마케팅은 업계 첫 시도인데.
▶좌미혜: 미래의 잠재 고객을 겨냥한 장기 투자라 생각한다. 유플렉스 오픈 초기, 매출은 좋았지만 젊은 고객이 크게 늘지 않았다. 문제를 파악해보니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기존 백화점과 똑같이 운영되고 있었다. 분위기를 놀이공간처럼 연출하고 실험적이면서 개성있는 이벤트 등을 적용하니 젊은 고객이 2배 이상 늘고 백화점보다 높은 매출 증가(29~38%)로 연결됐다.
▶김진환: 새로 개척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창의력이 중요하더라. 나는 뒷일을 걱정 안하고 우선 시도부터 했다. '될까, 안 될까' 고민만 하다보면 고루한 선배들과 다를 게 없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상사가 결제하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나.
▶김천응: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다 보니 소통이 중요하더라. 상사가 '나도 아는 건데?'라고 흥미를 보여야 인정받고, 의사결정도 빨라진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김진환: UDT는 사내의 소통·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UDT가 만드는 트렌드 보고서를 사내 e-메일로 띄우는데 부장님들이 제일 관심을 보인다.
-유플렉스는 네모다.
▶좌미혜: 블록놀이다. 끼워 맞추는 대로 모양이 다르듯, 유플렉스는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다른 즐거움을 준다.
▶김천응: 보물찾기다. 의외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김진환: 카멜레온이 아닐까.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수많은 매력과 기쁨을 유플렉스에서 얻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