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계절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올가을에는 봄보다 '상큼한' 옷들이 거리를 활보할 전망이다.

지난주 화려하게 막을 내린 '2012 춘계 서울패션위크'(2~7일)에선 전통적인 가을·겨울 시즌의 메인 컬러인 블랙과 그레이의 향연 속에 오렌지·레드·블루 등 비비드 컬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런웨이를 촘촘히 메운 디자이너들의 옷을 통해 가을·겨울 패션 트렌드를 미리 엿봤다.

◆여성복, 비비드 컬러의 향연

지난해 시작된 비비드 컬러의 인기는 가을까지 계속된다.

여성복 컬렉션에는 눈부시게 강렬한 원색의 옷들이 대거 선보였다. 소재도 다채로워졌다. 도톰한 모직에서 우아한 벨벳, 한 여름에나 입을 법한 시스루 등 계절을 뛰어넘는 아이템들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패턴과 여성스러운 라인을 선보여 온 이도이는 레드·핑크·옐로 컬러의 강렬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드레스와 케이프, 미니 드레스를 제안했다. 곽현주는 밑단이 불규칙한 스커트, 등판에 시스루 소재를 사용한 블라우스, 매니시한 팬츠 수트 등 테일러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옷을 주로 내놔 박수를 받았다.

최지형의 쟈니해잇재즈는 도심 속의 세련된 카우걸을 연상시켰다. 블루와 레드 컬러의 조합이 인상적인 셔츠와 와이드 팬츠를 시작으로 기하학적 패턴의 패딩 등 매니시한 옷들을 런웨이에 올렸다.

여성 특유의 우아함도 가을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전통자수와 프린트를 활용해 로맨틱한 컬렉션을 연출한 손정완 쇼는 퍼 트리밍과 트위드, 니트와 코튼 블라우스, 벨벳과 울코팅 등 서로 대비되는 소재의 조합으로 '반전의 재미'를 선사했다. 안윤정은 바로크 시대 궁중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섬세한 자수 문양들을 쇼의 전반에 걸쳐 등장시켰다.

◆남성복, 어둡거나 화려하거나

남성복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중후한 무채색으로 물들었다. 블랙, 그레이를 바탕으로 여성복에서나 쓰일 법한 디테일을 가미했다.

신원에서 디자이너 정두영을 디렉팅해 전개하고 있는 '반하트'는 섹시하게 피트되는 턱시도를 선보이며 클래식한 무드에 모던함을 더했다.

홍승완은 울코트와 패딩을 합한 아우터부터 카무플라주 패턴의 밀리터리 점퍼 등에 집중했다. 아우터들은 루즈한 크롭트 팬츠, 레이스업 워커부츠와 어우러져 유머러스하게 연출됐다.

반면 디자이너 고태용은 무채색이 주류를 이룬 남성복 컬렉션에 화사함을 더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벌키한 스웨터, 더플코트, 치노팬츠 등 아이비리그 청년들의 실용적인 위크앤드 룩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최범석은 '게임이 끝난 후'라는 테마로 60년대 동계 올림픽 스포츠 영웅들의 일상을 스케치했다.

오렌지색 양가죽 소매가 달린 초록색 타탄체크 점퍼와 그레이 코튼 스웨트팬츠, 레깅스와 조깅팬츠 등 다양한 아웃도어 룩이 무대를 장악했다.·사진/강봉진(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