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트렌디한 거리로 손꼽히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사람들이 무리 지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색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1일 낮에는 햄버거를 사려는 인파가 차도까지 밀려나왔다. 미국의 유명 햄버거업체인 인앤아웃버거의 '팝업 스토어'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이 회사는 이날 단 4시간만 제품을 판매했는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 사람이 몰렸다.
팝업 스토어(Pop-Up Store)는 인터넷의 팝업 창처럼 기업이 이벤트성으로 잠시 열었다 닫는 매장을 뜻한다.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구매력 있는 사람들을 겨냥하다보니 소위 '뜨는' 거리에 문을 연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청담동, 홍대 인근에 주로 나타난다.
현재 가로수길에만 현대카드와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프리메라가 팝업 매장을 열고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보니 팝업 스토어는 최근 불경기 속에 반짝이는 틈새 마케팅으로 통한다.
특히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빨라지면서 신제품을 돋보이게 할 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패션업계가 주도해왔지만 이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갤럭시 노트 팝업 스토어'를 열어 신형 스마트폰 홍보를 했다. 자동차도 등장했다. 한국GM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팝업 스토어를 열어 콘서트를 펼쳤다. 동서식품이 가로수길에 연 '카누 카페'에는 2주만에 10만명이 넘게 찾아 화제를 모았다.
쏠쏠한 매출을 올리는 명당 역할도 하고 있다. 일반 매장에선 볼 수 없는 제품을 살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흔쾌히 지갑을 연다.
제일모직이 지난해 열었던 '구호플러스' 팝업 스토어는 그야말로 대박 매출을 올렸다. 이 곳에서만 1주일 만에 1억원 넘게 팔렸으니 백화점 A급 매장 실적보다 좋다. 현대카드의 '잇 카드'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자 중에선 20%가 카드를 발급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패션·뷰티 전문 홍보대행사 비주컴의 설수영 실장은 "신제품을 내놓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젠 팝업 마케팅을 꼭 문의하고 있다"며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릴라성으로 운영하는 것만으로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팝업 스토어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브랜드 클럽모나코의 경우 조립식 매장을 세워 흥미를 끌었다. 여성복 브랜드 모그는 젊은 작가들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인 '팝업 갤러리'를 열었고, 캐주얼 브랜드 갭은 인디밴드의 공연을 열기도 했다.
가로수길의 한 카페는 아예 팝업 스토어를 위한 공간을 한쪽에 마련해놨다. 규모가 작은 액세서리, 문구 브랜드들이 이 곳을 둥지 삼아 제품을 알린다.
우리나라의 팝업 트렌드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해외에선 지하철과 공원, 클럽에까지 기발한 팝업 스토어가 들어서 사람들을 놀래킨다. 선택된 소비자에게만 팝업 스토어를 공개하기도 한다.
트렌드연구소 트렌드포스트의 박상진 이사는 "팝업 트렌드는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성향과 잘 맞아 더 이슈를 낳고 있다"며 "경기침체 속에서 활로를 찾는 기업들로 올해 꽃봉오리 터지듯 놀랍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