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업무는 없었다. 전 세계 단 3명만이 이 일을 할 것이다.
처음엔 불편했다. '밥이 제대로 넘어가느냐'는 걱정도 숱하게 들었다.
하루 종일 아기 '응가'를 보고 연구하며 상담하는 숨은 일꾼들이 여기 있다. 아기건강 진단 서비스인 '아기똥 솔루션'을 책임지는 매일유업 영양과학연구실의 정지아(43·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하 정) 이사와 김지희(27·이하 김)씨, 이현주(25·이하 이)씨다.
'아기똥 솔루션'은 아기의 기저귀를 보고 건강을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시작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기저귀 사진을 찍어 보내면 건강상태를 알려준다. 시작한지 3개월 만에 하루 30~40건씩 상담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아기들의 것이라 해도 마냥 예뻐 보이지만은 않더라고요. 이젠 기저귀를 보면서도 간식을 즐길 정도에요."
단단한 내공이 쌓인 세 사람의 즐거운 수다가 이어졌다.
-아기들의 기저귀를 살피는 건 의사들이 해 온 일이었는데.
▶정: 나도 진료를 볼 때 기저귀를 가져오라 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엄마의 96%가 아기똥 때문에 걱정한 적이 있고, 29%는 병원에서 상담까지 받았더라. 어린 조카의 똥이 정상인지 아닌지 불안해하던 직원이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데, 재미있는 기획이다 보니 신이 나서 진행했다.
-아기똥으로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지.
▶정: 아기똥은 정직하다. 장염, 설사, 변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배변 시 기분이나 색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까지 따지니 알려줄 수 있는 건강상태도 3100가지가 넘는다. 지금까지 2000건이 넘는 사례가 모였으니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건강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
-당연히 애로사항이 많겠다.
▶김: 음식점에서 고추냉이를 보면 아기의 녹변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기를 좋아했는데, 그럴 땐 한 명만 낳고 싶더라.
이: 아직 싱글이지만 이미 애를 낳아 기른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연휴 후나 월요일 출근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기저귀가 얼마나 쌓여있을까' 떠올라서다.
-상담 풍경도 독특할 것 같은데.
▶김·이: "어때 보이나?"하고 이사님이 물을 때가 많다. 세 사람이 모여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알고 보면 아기 기저귀 때문이다. 하하. 건강변은 1~2분에 파악하는데 애매모호하거나 복잡한 건 5~10분 생각해야 한다.
-어떤 질문이 가장 많은지.
▶정:아기변이 묽은데 설사인지, 녹색변에 냄새도 고약한데 괜찮은지 등을 많이 궁금해 한다. 대부분 정상이다. 갑자기 배변 횟수가 확 늘거나 묽어지고 , 애가 처지거나 열이 나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한다.
-엄마들의 호응도 크겠다.
▶김·이:'정말 도움이 됐다'는 감사 인사를 들을 때마다 고생한 건 다 잊혀진다. 엄마들의 만족도가 95% 이상이다. 늘어난 업무량도 반갑고 뿌듯하다.
·사진 도정환기자 dor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