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장연정씨(가명)는 최근 갑자기 소변이 마렵거나 요의를 느끼면 참지 못하는 증상으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얼마 가지 못해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을 들어 외출이 두려울 정도다.
막히는 도로에서는 참지 못해 중간에서 내리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소변이 마려워 차를 타는 것이 불안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심상치 않다고 여긴 장연정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고 '과민성 방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과민성방광은 방광의 근육이 평소에도 과도하게 반응함으로써 배뇨근의 수축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일어나 발생하는 것으로, 빈뇨(하루 8번 이상 배뇨 횟수의 증가), 야간뇨 (취침 중 1회 이상의 배뇨) 또는 절박뇨(강하고 갑작스런 요의)의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학계에서는 방광을 지배하는 신경의 변화, 방광근육의 변화와 과도한 수분 섭취, 호르몬 결핍, 약물 부작용 등을 증상 유발 요인으로 보고 있지만, 과민성방광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의 의지나 활동에 관계없이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때문에 과민성 방광은 삶의 질을 현격하게 떨어뜨린다.
지난해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서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과민성 방광 유병률 및 과민성 방광의 치료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과민성 방광 유병률은 14%, 남성은 10%로 밝혀졌다.
조사에서는 연령이 증가할 수록 질환의 유병률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과민성 방광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일반인 대비 우울증 3.5배, 업무 능률 저하 2배, 실직은 3.4배로 높게 조사됐다.
이와 같이 과민성 방광은 업무 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삶의 만족도를 하락 시키는 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꾸준한 전문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신적인 고통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과민성 방광 환자 중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3개월 이상 치료받는 비율도 10명 중 4명 이하로, 진단과 치료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이 유병률과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를 높이는 요인으로 밝혀졌다.
과민성 방광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인 만성질환이다. 약 60%이상의 환자에게서 재발하고 실제 재치료율도 65%에 이르는 만큼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과민성방광의 치료에는 행동치료, 약물, 그리고 수술이 있다.
행동치료는 말 그대로 평소 정상적인 배뇨에 관한 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방광의 크기를 늘려주어 증상을 완화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반복 시행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소변이 마려우면 30분 정도 의도적으로 참았다가 화장실에 가는 '소변 참기' 훈련을 하게 된다. 또한 항문 괄약근을 강하게 조여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거나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약물을 같이 복용하게 되면 빠른 기간에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교감 신경의 작용을 제어해 방광수축을 억제하는 항콜린제(부교감신경 억제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전립선과 방광에 풍부하게 분포하는 알파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작용을 차단하는 탐수로신(알파블로커)을 병용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될 땐 수술로 치료한다. 방광주위의 신경을 단절시키거나 척추신경을 전기자극 하는 방법, 신경조정술, 방광내 보톡스주입술 등을 시행한다. 수술은 기존 치료방법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환자에게만 추천한다. /정가정의원 정인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