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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1500년 짙은 향기 '커피로드 속으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피어오른 커피 향기가 유럽과 미국을 지나 우리나라에 상륙, 진하게 배어들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커피가 수입돼 팔리고 있는 요즘 커피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음료' 자리를 꿰찼다. 커피가 만들어낸 이른바 '커피 로드'를 따라가 봤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야생커피의 각성 효과를 발견한 이후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우기까지 드라마틱한 길을 걸어왔다.

전설에 따르면 6세기경 에티오피아에 살던 목동 칼디는 한 빨간 열매를 따먹은 양들이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커피콩의 효과를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술이 인간의 감성을 불러낸다면, 커피는 이성을 깨우는 음료다. 카페인 성분 때문이다.

덕분에 커피의 붐은 지식 문화의 성장과도 이어져 있다. 이슬람 성직자들의 기호식품이던 커피는 1650년대 영국으로 넘어가 유행을 낳으며 전 유럽으로 퍼졌다. 커피전문점은 이 때 지식인들의 토론장 역할을 하며 커피 문화를 일으킨다.

커피를 경계하던 시기도 있었다. 1605년엔 가톨릭교도들이 이슬람교도가 주로 마시던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며 교황청에 고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커피의 매력을 막진 못했다. 바흐는 자신의 작품 '커피 칸타타'에 커피에 대한 예찬까지 담아놓았다. "커피는 키스보다 달콤하고 와인보다 부드럽다"는 딸과 커피를 끊으라는 아버지와의 실랑이를 재치 있게 담은 곡이다. 18세기 유럽에서 커피가 얼마나 인기를 얻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인스턴트 40년대 국내 첫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신 사람은 고종 황제였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러시아공사관으로 대피했던 아관파천 시절인 1896년 러시아공사 베베르의 권유로 커피를 맛보게 된다.

고종 황제가 마셨던 커피 맛은 과연 어땠을까. 2009년 스타벅스코리아는 서울 덕수궁 정관헌에서 고종 황제가 처음 마신 커피를 재현해 보는 행사를 가졌다. 정관헌은 고종 황제가 외교 사절들과 커피와 연회를 즐긴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역사적 기록과 문헌 등을 참고해 고증한 고종 황제의 커피는 원두 가루를 설탕과 함께 물에 섞은 형태다. 러시아 전통식 커피와도 닮았는데, 아주 곱게 간 커피와 각설탕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저은 뒤 2~3분 후 커피가 가라앉으면 마시는 방식이다.

맛은 어땠을까. 지금처럼 그윽한 맛이 있었을까. 당시 행사에 참석한 스타벅스 관계자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부드러웠다"고 전한다.

이후 우리나라에 커피를 대중화 시킨 건 바로 인스턴트커피다. 1940~50년대 미군을 통해 첫선을 보였고 1970년 동서식품이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대학생들로 붐볐던 음악다방에선 '커피 둘+설탕 둘+프림 둘' 같은 소위 다방커피 제조비법도 등장했다.

◆국내 성인 일년에 521잔

이제 커피에 대한 관심은 원두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커피는 11만7000t. 사상 최대 규모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 5억 달러를 넘어섰으니 '커피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온다. 어른 1명이 1년간 커피 521잔을 마신 셈이다.

커피전문점의 수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소형 점포까지 합치면 1만5000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과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심지어 분식집과 치킨매장까지 '카페'란 이름을 붙여 커피를 팔고 있다. 그야말로 커피 전성시대다.

요즘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커피전문점은 경제 호황기였던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생겨나기 시작한다. 1988년말 서울 압구정에 선보인 '쟈뎅' 이후 1999년 미국에서 온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인근에 1호점을 내면서 커피전문점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는다.

이젠 스타벅스를 비롯해 할리스, 카페베네,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등 고개만 돌리면 커피전문점이다.

눈부신 진화 속에 성장통도 겪었다. 2006년 여름 불을 지핀 '된장녀' 논란은 시끌벅적한 이슈를 남겼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된장녀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누구나 커피를 즐기고 반긴다.

커피 입맛도 고급스럽게 바뀌고 있다. 커피의 원산지나 신선도, 맛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커피 전문점들도 국내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카페베네의 로스터 윤성용 차장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원두 특유의 향과 맛이 살아있는 커피를 원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 좋은 원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료 넘어 라이프스타일 정착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 중이다.

'밥 먹었어요?'만큼이나 '커피 한잔 할래요?'란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갈 만큼 커피란 단어는 생활 속에 친숙하게 파고들었다.

커피전문점도 새로운 생활공간이 됐다. 공부방처럼, 도서관처럼, 사무실처럼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코피스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제 커피전문점은 문화와 만나고 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미술품과 아이폰 액세서리까지 살 수 있는 카페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또 어디로 뻗어갈까. 업계가 2012년 커피로드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커피 역사

1896년 고종황제 아관파천 시 처음 커피를 접함

1901년 호텔식 다방의 효시인 손탁 호텔 정동에 개관

1920~30년대 명동, 충무로, 종로 예술 다방 전성시대

1945~50년대 미군을 통한 커피 대중화 시대

1970년 동서식품 국내 최초 인스턴트 커피 생산 개시

1970년대 음악 전문 다방과 DJ 등장

1978년 커피 자판기 등장

1990년대 캔커피 시장 돌풍

1999년 스타벅스 1호점 이대점 오픈, 에스프레소 전문점 시대 시작

현재 커피전문점 1만5000개. 어른 1명 1년간 마시는 커피 521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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