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았지?"
퇴근 후 대형마트에서 날아온 할인 쿠폰 묶음을 보고 직장인 박연수(30)씨는 깜짝 놀랐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똑 떨어진 샴푸와 생수를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이 들어있었다. '마트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할인쿠폰으로 사면 진짜 알뜰 소비를 할 수 있는 걸까?' 박씨는 궁금해졌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이 쓴 책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는 소비자에게 너그러운 답을 들려주진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거침없이 일갈한다.
박씨가 받은 맞춤형 할인 쿠폰은 실제로 구매 물품과 빈도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술을 적용해 발행되는 것이다.
정보를 모으기 위해 쓰이는 것이 바로 포인트카드. 유통업체들은 마치 선심을 쓰듯 포인트를 적립해주지만 실상은 고객들의 소비 습관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으는 수단이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고객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수집해 쉽게 지갑을 열게 만드는 셈이다.
최근 주목받는 소셜커머스 쇼핑도 마찬가지다. 반값까지 떨어지는 큰 할인율 때문에 덕을 본다는 건 소비자의 착각이라고 꼬집는다.
소셜커머스에 숨겨진 '게임 이론'이 소비자를 중독시킨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초대장'을 받아 한정된 시간 안에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해야 '구매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아슬아슬함을 적절히 곁들여 두뇌를 자극한다는 논리다.
책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감정과 욕구를 자극해 물건을 사도록 홀리거나 부추기는 심리적 전략인 '브랜드 워시'(Brand Wash·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새롭게 창조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파헤친다. 10대들이 브랜드에 집착하고, 베스트셀러라면 무작정 사게 되는 이유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