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속 쓰림'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9명 중 1명이 위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여성이 위염에 가장 취약했다. 대부분 스트레스나 술이 원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6~2010년까지 최근 5년 간 위염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자 수가 2006년 447만명에서 2010년 541만명으로 한해 평균 4.9%씩 증가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 역시 같은 기간 9428명에서 1만1058명으로 연평균 4.1% 많아졌다.
위염은 위 점막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배 위쪽에 불편함이 느껴지는데 속쓰림·구역질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전문가들은 위염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꼽는다. 갈수록 심해지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 등이 주범인 셈이다.
제약회사 영업부에 근무하는 이준호(37)씨는 매일 아침 속쓰림에 시달린다. 그에게 위염은 직업병이자 생활병이다. "동료들도 '약 먹으면 되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위염이 흔하다"며 "술자리를 빨리 마치려고 폭음하는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환자, 남성보다 1.6배 많아
여성들에겐 '위염 주의보'라도 내려야 할 듯하다.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위염 환자 수는 여성이 1만3665명으로 남성(8493명)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남성 환자의 2.3배에 달했다.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예민한데다, 다이어트 등으로 식습관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유행하는 단백질 식단으로 체중을 5kg 줄인 대학생 양진경(23)씨는 다이어트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밥만 먹으면 배가 콕콕 찌르는 듯 아프고 소화가 잘 안돼 얼굴에 뾰루지까지 생겨 울상이다. 최근 내시경 검사를 받고서야 원인이 위염이란 걸 알게 됐다. 취업준비 중인 양씨는 "병원에서 세 끼를 제때 챙겨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는데 살을 빼야 면접에서 유리하니 어떡하느냐"고 푸념했다.
다행히 위염은 규칙적인 식사와 약물 복용 등으로 쉽게 고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구역질이나 속쓰림 등의 증상이 계속되는 만성 위염은 우습게 넘겨서는 안 된다. 드물지만 위의 점막이 얇아지면서 생기는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악화될 수 있어 해마다 위 내시경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균형 잡힌 식사가 정석이다. 일산병원 소화기내과의 원선영 교수는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곁들인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주·금연이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