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게스트하우스의 한쪽 벽면이 한류스타 사진들과 관광객들이 이들에게 쓴 편지와 메모로 빼곡하다.
서울 도심 속 ‘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 관광객의 메카로 떠올랐다. 최근 K-팝 등 한류열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온 젊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싼값에 묵을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명동의 ‘명동 게스트하우스’는 태국과 중국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 일대 게스트하우스들은 2~3년 전만 해도 일본인 아줌마 부대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중국·태국 등 다른 아시아권 관광객 비중이 커지고 연령대는 낮아졌다. 하루 숙박료는 공용침실 2만원대, 개별 방은 4만~6만원대 수준으로 호텔보다 저렴하다.
이곳에서 만난 나파랏(21·태국)씨는 “친구들과 눈 구경하러 강원도 스키장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왔다”며 “소녀시대를 좋아해 사진첩·티셔츠 등 기념품을 잔뜩 샀다”고 활짝 웃었다. 일본인 에리카(23)씨는 “동방신기가 모델인 화장품 매장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명동·동대문에서 쇼핑도 했다”며 “방이 좁긴 하지만 가격 대비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명동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쇼핑이나 관광을 위해 찾는 여행자들도 있지만 주로 한류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이 많다”며 “아이돌 스타들의 콘서트가 있을 땐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클럽문화 느끼자! 홍대 앞 북적
마포구 연남동 골목에 자리한 ‘타임 게스트하우스’ 거실은 다국적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아일랜드에서 온 사라(21)는 함께 온 남자친구 파커(23)와 이날의 일정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틀 전 한국에 도착한 메슈(27·영국)는 이들에게 DMZ를 추천하며 “밤에는 홍대 클럽에 가야하니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홍대 앞의 게스트하우스는 명동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공용숙소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시아계보다 유럽·미국인들이 많고, 독특한 거리문화와 클럽을 찾는 ‘나 홀로’ 여행자들이 많다. 이곳의 김지형(36) 매니저는 “홍대 주변은 항상 예술행사나 공연·전시가 있고, 밤이면 클럽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공항철도가 개통되면서 홍대를 중심으로 동교동·연남동 인근의 게스트하우스에 묶는 배낭족들이 부쩍 늘었다. 스코틀랜드인 앤드루(25)는 “인천공항에서 홍대역까지 45분밖에 안 걸리고, 지하철을 이용해 종로·명동 등 주요 관광지를 갈 수 있어 편리하다. 여행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점도 좋다”고 흡족해 했다.
해외 여행객 10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는 것이 태부족인 숙박시설과 항공편이다.
특히 해외 대도시와 비교해 서울 내 호텔 수가 현저히 적어 업계에서는 호텔 객실 수가 2만 개가량 부족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400여 개에 이르는 게스트하우스는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환경개선팀 박상근 차장은 “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들을 불러모으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틈새 숙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해외 여행자 유치를 위해선 코리아스테이(홈스테이)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서비스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