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치인 서민 가계가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우유부터 라면, 탄산음료, 맥주 등 식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인상 ‘쓰나미’에 살림살이가 허덕이는 중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의 엥겔계수는 22.8%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 식당이나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등에 쓴 식사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 엥겔 계수는 33.0%까지 올라간다. 지출의 3분의 1을 먹는 것에 쓴 셈이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없는 게 바로 식료품. 이렇다 보니 소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돈을 줄이는 형편이다. 먹는 것조차 아끼는 상황에서 문화생활은 사치다.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키우는 백민협(42)씨는 “티켓가격이 부담돼 아이들만 공연장에 들여보내고 아내와 나는 밖에서 기다린다”며 “요즘 극장 로비엔 우리 같은 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공연 관람 등 오락·문화비용은 3분기에 4만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8% 줄었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의 해당 지출은 24만4000원으로 3.5% 늘었다. 여행비는 10배, 교육비는 6배나 차이 났다.
오른 집세에다 의류비용까지 더하면 저소득층이 의·식·주에 지출한 돈은 소비지출의 절반(50.3%)이나 차지한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오락·문화, 보건 등의 지출에는 눈도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 고물가 충격 힘겨운 겨울나기
치솟는 물가의 충격으로 겨울나기는 더 힘겨워질 전망이다.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달 오른 데 이어 전기요금도 다시 인상될 조짐이다. 서울의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요금도 내년 초엔 인상을 피할 수 없을 예정이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심상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11월 소비자물가는 4%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가계의 물가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이은 물가 인상 소식에 주부 민혜림(33)씨는 속이 쓰리다. 민씨는 “수입만 만날 그대로인데 올 겨울 난방비는 또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식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우유가격이 다시 상향 조정될 움직임이다.
최근엔 라면 신제품 또한 기존보다 35% 비싼 1000원대에 출시돼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고 있다. 팍팍한 속을 달래줄 술값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오비맥주가 가격인상을 단행할 경우 맥주업계는 물론 소주·위스키 등에도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엥겔계수란?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