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마케팅’이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10일)을 앞두고 행운을 준다는 값비싼 수험생 금반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10만원에 이르는 디지털 상품권이 수능 선물로 날개돋친 듯 팔린다. 식음료 업계는 응원 메시지를 넣을 수 있게 패키지만 바꾼 음료수와 과자를 ‘한정판’이란 이름으로 부풀려 앞다퉈 매장 진열대에 세우는 상술을 펼치는 중이다.
특히 ‘빼빼로 데이’(11일)와 맞물려 거품이 더하다. 올해는 숫자 ‘1’이 여섯 번 겹치는 해라며 유통업계에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란 정체불명 수식어까지 나돌고 있다.
편의점은 물론 제과점과 문구점, 대형마트까지 온통 빼빼로 관련 상품들을 출시하는 중이다. 제품의 개당 가격은 1000원도 안되지만 이를 10~30개씩 묶고 선물상자에 담아 2만~3만원 대까지 가격을 훌쩍 띄워놨다. 10만원짜리 곰인형 선물도 등장했다.
재수생 조카에게 선물할 초콜릿을 사러 제과점에 들른 유영진(37)씨는 가격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엄지손가락만한 초콜릿 8개가 하트모양으로 들어있는 제품이 3만3000원, 팔뚝 길이의 스틱 모양 초콜릿 과자는 5000원이나 했다.
고물가 속에 가을 비수기에 들어선 유통업계가 수능을 앞세워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네티즌 ‘**lbo2’는 “지나치게 가격을 부풀린 선물이 결국 제과업체나 유통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같아 찜찜하다”며, 또 다른 네티즌 ‘***ing’는 “수험생과 가족, 친척들이 봉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능시험과 빼빼로데이가 하루 간격인데다 주말을 앞두고 있어 업체마다 최대 매출을 노리고 선물용 판촉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오면 성형할인" 미끼상품도 등장
수험생과 가족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곳이 또 있다. 일명 ‘수능 성형’을 하려는 수험생들을 미리 확보하려는 병원들이다.
서울 압구정동 일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은 수험표를 가져가면 값을 깎아준다는 ‘수험생 할인 이벤트’까지 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수능 성형 할인’이라고 입력하면 병원들의 이름이 줄줄이 뜬다.
최근엔 쌍꺼풀과 코 성형 등 여러 부위를 ‘패키지’로 하면 할인율을 높여주거나 어머니 대상 보톡스 시술을 함께 싸게 해준다는 ‘가족 할인’ 등의 미끼상품으로 유혹 중이다.
강남 A성형외과 관계자는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의 매출이 1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최성수기라 일부 병원에선 무리한 허위 과대광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수험생들의 신중한 선택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