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요지경 속이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별들의 몰락과 잇따른 실격·이변, 신기록 실종으로 맥 빠진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 이틀째인 28일 터진 ‘우사인 볼트 쇼크’는 전 세계 육상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빅 이벤트로 꼽혔던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가 부정 출발로 달리지도 못한 채 실격을 당하자 많은 관중은 실망했고, 볼트에 집중해 대회를 홍보해 온 조직위원회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볼트 충격이 채 가시기 전, 29일에는 또 하나의 빅 매치인 남자 110m 허들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갈색 탄환’ 류샹(중국), 올 시즌 최고기록 보유자 데이비드 올리버(미국) 등 세 명의 수퍼스타가 맞붙은 대결은 로블레스의 진로방해로 인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제4의 인물’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의 우승으로 끝났다.
30일에는 10년간 여자 장대높이뛰기 정상을 지켜온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5000m와 1만m 세계기록 보유자인 ‘장거리의 우사인 볼트’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도 28일 열린 남자 1만m 결승에서 부상을 이유로 레이스 도중 기권했고, 남은 5000m 출전도 포기하며 허무하게 이변의 주인공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첫날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티브 후커(호주)의 예선탈락, 여자 400m 2연패에 도전했던 사냐 리처즈 로스(미국)의 부진도 의외의 결과다.
◆ ‘5번 레인의 저주’ 등 괴담도
이변이 계속되자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조직위원회가 매일 오전 배포하는 경기 안내책자인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이었던 후커, 볼트, 로블레스, 이신바예바가 모두 탈락하는 ‘커버의 저주’와 볼트, 로블레스, 여자 400m 크리스틴 오후루구 등 다섯 번째 레인에서 번번이 불운을 맛보는 ‘5번 레인의 저주’가 선수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스타들의 부진 속에 신기록 가뭄까지 겹쳐 흥행을 가로막고 있다. 30일까지 세계신기록과 대회신기록은 전무하며, 여자 포환던지기에 출전한 발레리 애덤스(뉴질랜드)가 21m24를 던져 대회 타이기록을 세운 것이 유일하다.
이는 거물급 스타들이 런던올림픽 집중 등을 이유로 대거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회 전부터 우려됐던 결과다. 타이슨 게이(미국),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 세계적인 100m 스프린터와 400m 우승후보 제러미 워리너(미국)가 수술과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빅 스타들의 부재로 전반적인 경쟁력이 저하됐고 결국 기록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대회 운영도 수준이하” 빈축
설상가상으로 대회운영도 매끄럽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회 첫 경기인 27일 여자 마라톤에서 출발신호 오류로 2차례나 선수들이 되돌아오는 해프닝이 빚어졌고, 관중이 퇴장하기 전 경기장의 불을 끄는가 하면 메인프레스센터 운영 미숙으로 내외신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