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가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김연아는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5월부터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섰지만 평창이 동계스포츠의 본고장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압도적인 표 차로 밀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으로 세계를 제패하며 한국이 ‘쇼트트랙만 잘하는 절름발이 동계스포츠 강국’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연아는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가 진행되는 남아공의 더반에서 IOC 위원들을 사로잡았다.
다소 무겁게 진행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김연아는 IOC 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자신의 삶과 꿈을 설명하며 감동을 선사하는 것으로 ‘여왕’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IOC 위원들은 사석에서 끊임없이 김연아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등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일본 언론도 7일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을 전하며 김연아가 평창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창한 영어로 연설해 승리에 공헌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조간 1면 사이드 톱 사진으로 활짝 웃는 김연아의 사진을 실었다.
◆ 외유 비판 여론 잠재워
사실 김연아는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한 차례 정점을 찍은 이후 완만하게 하향 곡선을 그려 온 것이 사실이다. 동계올림픽 우승 이후 찾아온 허탈감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준우승에 그쳤다.
게다가 주요 국제 대회에 불참하는 일이 잦아지고 TV 예능 출연 등이 이어지면서 ‘선수의 본분을 잊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공헌으로 그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넓혔다. 우선 전용 아이스링크 건설에 탄력이 붙게 되면 이를 계획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김연아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더 멀리 보면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가능성에도 큰 기대를 걸 만하다.
김연아는 이미 이번 유치전에서 탁월한 스포츠 외교능력을 드러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인으로서 전 세계를 누비는 김연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