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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시간이 멈춘 그곳! 추억은 진행형

수십년째 한자리 지킨 이발소·떡집·다방 정 넘치는 서민의 삶터 지금도 단골 북적



#1. 사각사각 가위질에 깜박 졸았다. 오래된 이발소에서 단정히 머리를 깎고, 아들의 아들이 대를 이은 수제과자점에서 센베이 과자를 샀다. 어머니의 회갑연에 쓸 떡을 맞추고 집에 돌아가는 길, 다려입은 셔츠의 깃을 다듬으며 뿌듯한 감상에 젖는다. 낭만과 지성에 죽고 살았던 ‘모던뽀이’가 된 기분이다. (32,김동연·회사원)

#2.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브라질리안 남자친구는 요새 한옥에 ‘올인’ 중이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 고택 ‘더 소호’를 시작으로 사간동 북촌 마을은 우리 커플의 놀이터가 됐다. 외국인이 먼저 알아본 우리 공간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발견하는 중이다. (28, 이한나·프리랜서)

근대화 시기 서민 삶의 주축이던 옛 공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반듯한 현역으로 롱런 중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소통개념이 마당(Squre)에서 선(Line)으로 바뀌면서 사람과 사람이 맞대면하는 일이 작은 요즘, 기능을 갖춘 옛 공간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능서방앗간’은 참새보다 먼저 사람들이 쉬어가는 방앗간이다. 동네주민은 애경사마다 가장 먼저 이곳에 달려온다. 각자 농사지은 쌀과 콩, 도토리를 이곳에 팔아 떡을 만들고 그 떡을 먹이며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45년째 한 자리에서 부친이 내건 간판을 그대로 사용중인 김순성(65)씨는 “막걸리로 만든 증편은 시집간 딸이 가장 좋아하는 떡”이라며 “마당 청소하며 방앗간 문을 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울 정릉3동 '북악이용원'의 김영승(55)씨는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이발소와 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단골손님들이 주로 오기에 마음대로 스케줄을 비울 수도 없다. 수십년동안 쌓아온 정이 얼만데 제 맘대로 문을 여닫느냐는 투다.

사간동 북촌에서 술집 ‘사간동9번지’를 운영 중인 나정원(31)씨는 한옥의 매력에 매료돼 놀고 먹다가 쉬어가는 형태로 공간의 기능을 ‘재부팅’했다. 2년 전 제주도 낙향 계획을 세운 뒤 마지막 서울살이로 선택한 북촌 한옥이 사업장이 됐다. 알음알음 운영하던 것을 종로구청에서 알고 찾아와 “구청 차원에서 한옥체험업을 운영 중이니 참여해보라”며 권해 합법적인 업태를 갖췄다.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가기엔 한옥 만한 충전제가 없다”는 게 나씨의 얘기다.

◆복고풍 현대인 감성 자극

낡고 추레하고 꿉꿉한 곳이던 이발소, 떡방앗간, 과자점, 나무집 등은 오히려 군 먼지를 털어내고 반질반질 윤이 나고 있다. 오래될 수록 더 사용가치가 커진다는 사실을 존재로 입증하는 셈이다.

최근 KBS1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봉숭아학당’이 600회를 기념한 자리에서 출연진들은 “코너 폐지라는 위험한 순간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가족애”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주 신간 ‘다방기행문’을 펴낸 여행가 유성용은 “뒤돌아보면 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스쿠터로 국토를 누비며 몇 년부터 수십 년째 한 자리에 있어온 다방을 누볐다"고 적었다.

누군가 기억하고 있는 한 옛 공간은 사라지지 않고, 생생한 존재감으로 다시 태어난다. /안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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