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최현민(37)씨는 여름휴가지로 해외를 포기한지 오래다. 싱글인 관계로 연초부터 연말정산으로 세금폭탄을 맞은데다, 의료보험 지난해분 추가납부까지 예상치 못한 지출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다. 최씨는 “가까운 동남아를 가려해도 한번에 200백~300백만원은 깨진다”며 “이번 휴가는 국내에서 알뜰하게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지난해 여름 괌을 다녀온 공형준(43)씨네 가족은 올여름 강원도 영월로 떠날 생각이다. 공씨는 “KBS 오락프로그램 ‘1박2일’에서 소개된 김삿갓 계곡에 가고 싶었는데, 벌써 관련 상품이 나왔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며 “일정 금액만 내면 차량은 물론 비싼 한우도 싼 값에 먹을 수 있어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올여름 휴가는 ‘국내 여행’이 대세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물가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휴가비를 줄이려는 ‘알뜰파’들이 해외 대신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테마의 국내 상품이 쏟아지면서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알차고 의미있는 휴가를 보낼 수 있어 ‘실속파’들이 힘을 보태는 중이다.
◆"국내에서 보내겠다" 92%
20일 온라인 종합 쇼핑몰 옥션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9명이 올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계획이다. 설문 참가자 1만5622명 중 92.5%인 1만4448여명이 ‘국내에서 보내겠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중 14.6%(2196명)가 ‘워터파크·놀이공원’·9.1%(1424명)가 ‘캠핑’을 택해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민석 옥션 이사는 “과거 불황 속에서도 ‘여름 휴가만은 아끼지 않겠다’는 사람들로 매년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올해는 고물가·고유가 영향에 따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명소 연계상품도 인기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국내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로 참신한 상품 출시를 꼽았다. 과거 단순히 휴양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에 그쳤던 상품들이 크루즈·트래킹·먹을거리 등 다양한 테마로 세분화됐다는 것. 이와 함께 굳이 여름 휴가기간이 아니더라도 연중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늘면서,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에는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지방 계곡이나 산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매력적인 가격도 한 몫을 한다.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3만대부터 시작하며, 1박2일도 10만원대로 해외 여행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하나투어 홍보팀 조일상 대리는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달 다른 테마로 국내 명소를 연계한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동 수단·식사·숙소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측은 “찾아보면 국내에도 해외 관광지 못지 않게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실속 상품들이 많다”며 7월의 상품으로 ‘대관령 양떼목장/경포해변/커피로드’ ‘대게먹고, 한우먹고, 백암온천 즐기기’‘한려수도와 다도해상 명소와 한식 여행’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