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책을 통해 일본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인터넷을 검색해 일식 전문점을 찾아 다녀요.”(김성현·33·직장인)
“일본 여행 길에 이자카야에서 나마비루(생맥주)와 톡 쏘는 타코 와사비에 매료되곤 했는데 이제 집 근처에서 지인들과 그 맛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죠.”(박현진·41·프리랜스 작가)
2011년 일본 외식업체가 국내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트렌디한 거리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한남동·홍대 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맛깔스러운 안주류에 일본 맥주·사케를 즐길 수 있는 이자카야(대중 술집)를 비롯해 라멘·카레·돈부리(덮밥) 등 일본 음식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음식점은 한국 식재료를 주로 사용해 최근 일본 원전 사고 이후에도 매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성업 중이다.
◆일본 고유 레시피 그대로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라멘가게와 이자카야 등 일본 음식 전문점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해 현재 국내에 3000개 이상의 매장이 영업 중이다.
매일유업과 일본 외식산업이 제휴해 지난해 12월 서울 을지로에 문을 연 ‘하카다 모쓰나베 야마야’는 최근 2호점을 낼 정도로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후쿠오카의 3대 명물인 하카다 라멘과 멘타이코, 모쓰나베(곱창전골)를 선보이는데, 일본 고유의 레시피를 이용하는 데다 웰빙·고급화 트렌드와 맞물려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매일유업의 김영식 전무는 “일본의 맛과 분위기, 서비스 재현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카레 전문점 ‘카레 하우스 코코 이찌방’은 농심과 제휴해 다음달 9호점을 낼 정도로 급속하게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다. 스시(초밥)집도 성황이다. ‘갓바 스시’는 2009년 10월 부산에 3개 점포를 낸 데 이어 다음달과 10월에 서울에서 1, 2호점을 연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갓텐 스시’도 연내에 3개 점포를 더 낼 계획이다.
수도권에서 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야키니쿠(숯불구이) 점인 ‘그릴 만텐로시’는 연내에 5호점을 오픈하고, 이자카야 체인점인 ‘시로키야’와 ‘와라와라’도 점포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유행 아닌 정착단계"
일본 음식업체들은 지금이 한국 시장 진출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내 음식점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한국인들의 일본 음식에 대한 이해와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막걸리·비빔밥 등 한국 음식에 맛들이고 있다면 반대로 한국인들의 입맛은 깔끔하고 부담없는 일본 음식에 친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JETRO 서울사무소의 시모가사 데쓰타로 총무팀장은 “2000년 중반부터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일본을 방문하며 많은 한국인이 일본의 맛을 체험한 결과”라면서 “일본 음식의 유행이 한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국사회에 깊이 스며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