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비를 맞지 않은 채소, 저장 생선물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천일염 물량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매장에는 방사능 측정기까지 등장했다. 일본발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식품 매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반건조 생선 때아닌 특수
명절도 아닌데 대표적 제수용품인 굴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첫 주 굴비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나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서법군 수산물 바이어는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사이에 잡은 참조기로 가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최근 판매가 부쩍 늘었다”며 “한 두릅에 3만~5만원 안팎 대의 실속형이 인기”라고 말했다.
굴비 외에 가자미 등 반건조 생선 매출이 30%가량 늘면서 일본산 생태 판매를 중단했음에도 전체 수산물 매출은 4월 첫 주 기준 12.4% 증가했다. 반면 꽃게·쭈꾸미 등 일부 제철 생물 생선은 판매가 저조하다. 백화점 측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방사성 물질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저장 생선류를 사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대형마트의 식품 판매대에서는 일본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지난달 말부터 일본산 생태·꽁치·고등어 등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일본산 초콜릿·과자·음료·차·간장·낫토·건강식품 등 가공식품류는 지진 이전에 이미 3∼4개월치 물량을 확보해놓은 덕에 아직 팔리고 있지만, 앞으로도 방사능 우려가 계속된다면 가공식품도 판매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방사능 측정기까지 등장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11일부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배치,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롯데마트의 박윤성 고객본부장은 “오산과 김해물류센터에서 유통되는 채소·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지만, 소비자 시판을 앞두고 한 번 더 걸러낸다는 의미에서 휴대용 측정기를 일반 매장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측은 동해·남해산 생물 수산물 6개 품목과 채소류 7개 품목을 대상으로 점검하고 앞으로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측정기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부 최미라(43)씨는 “정확한 수치로 안전하다는 걸 알려주면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사능 공포로 천일염 사재기 역시 도를 넘고 있다. 1년에 천일염 1~2포대(20㎏)를 먹던 소비자들이 10~20포대까지 주문하면서 주 생산지인 신안지역 소금 창고가 텅텅 비어가고 있다. 1~3년 묵은 천일염은 바닥이 났으며 지난달 28일 생산을 시작한 햇 소금도 팔려나가고 있을 정도다.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까지 흘러들어 오면 소금도 오염될 것이라는 걱정과 방사능 오염을 막는 요오드가 천일염에 많이 함유됐다는 소문이 겹치면서 이렇듯 소금 물량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