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 불륜 딸 되다
이 영화는 1996년 방송됐던 동명의 드라마를 스크린에 옮겼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수발하던 며느리가 암에 걸리면서 가족 모두가 사랑의 참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방송 당시 전국의 시청자들이 눈물바다를 이뤘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극 중에서 박하선은 엄마(배종옥)의 암 투병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마음을 고쳐먹는 큰딸 연수로 나온다. 엄마의 지극 정성에도 “내가 알아서 할게”를 입에 달고 살며, 유부남과 위태로운 사랑에 빠져드는 무심한 캐릭터다. “이제까지 연기했던 인물들 가운데 저와 가장 닮았죠. 실제로 저도 남동생을 둔 큰딸인 데다 가족한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감정이입이 어려울 때도 있었어요.”
촬영하면서 물론 영화 속이지만 엄마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연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배종옥은 “힘들겠지만 너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라”며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고뭉치 외삼촌과 외숙모 역의 유준상과 서영희도 마찬가지. 동국대 연극학과 선배이기도 한 이들은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잃지 말라”며 힘을 북돋웠다. 출연진 모두가 이번 영화로 얻은 세상에서 가장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눈에 띠는 자연 미인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이후 ‘그저 바라보다가’ 등을 거쳐 지난해 ‘동이’의 인현왕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하명중 감독의 2007년작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이후 다섯 번째다.
요즘 보기 드물게 자연스러운 미모가 강점이다. 우동 가락처럼 굵은 쌍커풀과 피노키오처럼 높이 솟은 콧대의 소유자들이 판치는 연예계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이유다. “왜 저라고 성형외과에 가지 않았겠어요? 데뷔 때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통통해 안 그래도 몽실몽실한 콧대가 얼굴에 묻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코끝을 만지면 콧대를 세워야 하고, 콧대를 세우면 이마까지 덩달아 높여야 한다더군요.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 포기했는데 지금은 잘한 선택인 것같아요. 하하하.”
짐승남! 연락하세요
올해는 유난히 봄을 타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괜히 싱숭생숭해져 맛집 순례로 허전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있다.
소속 배우의 연애에 개방적인 매니지먼트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내년쯤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도 있다. 남자다운 성품과 외모면 대환영이다. 지금까지 한 번 정도 사랑을 경험해 봤는데, “영화 제목처럼 아름다운 이별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당면한 일차 목표는 이미지 변신이다. 기존의 단아하고 조금은 청승맞아 보이는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발랄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원한다. “알고 보면 ‘동이’의 인현왕후처럼 참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기쁘면 기쁜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표현을 주저하지 않아요. 그런데 여러 작품에서 착하고 여린 성격의 인물들만 연기하다 보니 갈증이 생겼어요. 제 실제 나이에 걸맞은 캐릭터를 만나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해요. 봄꽃처럼 생기발랄한 도시 여성이면 더욱 좋겠죠.”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