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주부 한상희(38)씨는 오늘(6일)부터 다시 가계부를 적기로 했다. 올 들어 예상 외의 변수가 많은 데다 네 살배기 딸 정연이의 간식거리인 과자 값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식품가격 도미노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씨와 남편 김창식(41)씨의 얼굴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정연이의 과자 값은 더 이상 푼돈으로 해결이 안 된다. 음료수도 남김없이 마셔야 본전을 뽑는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말부터 주력제품인 오예스, 홈런볼, 후렌치파이를 비롯한 24개 품목의 대형 유통업체 공급가격을 평균 8%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소매업체에 들어가는 펩시콜라, 사이다 등 납품가를 5~10% 올렸다.
창식씨는 마트에서 식스팩으로 사두고 먹었던 수입맥주를 끊어야 할 판이다. 밀러 사는 자사 10여 개 품목에 대해 평균 5%가량 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유통업체와 협의 중이다. 돼지고기값이 올라 햄버거로 때우곤 했던 점심 끼니도 슬슬 부담스럽다.
버거킹은 지난달부터 콜라 값을 1500원에서 100원 올리고 콜라가 포함된 일부 세트메뉴 값도 100원씩 인상했으며, 한국맥도날드는 1일부터 런치세트 메뉴를 최대 300원, 던킨도너츠는 베이글 일부 제품을 100원씩 올렸다.
상희씨가 우울한 이유는 이번 가격 인상이 1~2개 업체에 그치지 않는 ‘전방위적 인상’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 때문이다. 일부 식품업체들이 설탕, 밀가루 같은 소재식품에 이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고 다른 업체들의 줄줄이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재식품 인상 전방위 파장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제당업계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연이어 설탕값을 9~10% 올린 데 이어 동아원이 이날부터 밀가루 가격을 8.6% 인상했고 다른 제분업체들도 조만간 값을 올릴 계획이다.
소재식품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뚝 떨어지는 등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식품업체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면서 설 명절을 전후로 정부가 앞장서서 가격 인상을 억제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까닭이다.
지난해부터 곡물, 채소, 포장재 등 각종 원자재 값이 오를 때도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할 뿐 정부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 인상에 나서지는 못했으나 이번에는 “조만간 값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가 상승 압박은 오랫동안 계속 쌓여왔던 것이고 선두업체가 나설 때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대부분의 업체가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