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로 9cm짜리 킬 힐만 신는 직장인 이연희(34)씨는 안쪽으로 휘어버린 엄지발가락 때문에 고민이다. 보기에만 흉한 게 아니라 걸을 때도 눈물이 쏙 날 만큼 아프다. 이씨는 “대학 때부터 높은 굽을 신은 탓”이라며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엄지발가락 기형환자 급증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환자 수가 2005년 2만3561명에서 2009년 4만1604명으로 77% 증가했다. 특히 하이힐을 신는 여성 환자 수는 2009년 기준 3만6384명으로 남성 환자 5220명의 약 7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지외반증은 오랜 시간 하이힐 등 굽이 높은 신발이나 코가 좁고 앞이 뾰족한 신발을 신을 경우 체중이 엄지발가락에 쏠리면서 많이 생긴다. 무지외반증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발이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신발을 자주 벗어 발을 쉬어주고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희명병원 정형외과 남희태 과장은 “초기라면 보조기나 특수신발 착용 등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증세가 심할 경우엔 돌출된 엄지발가락 뼈 일부를 절제하는 등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굽 높이 1.5∼2㎝ 적당”
그렇다고 굽이 없는 플랫슈즈만 고집해도 안 된다. 굽이 지나치게 낮은 신발은 발의 피로도를 높이고, 발바닥의 충격을 감싸줄 흡수장치가 없어 발바닥의 통증을 동반하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한다. 족저근막염은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나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날 때 심한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 조금만 걷고 나면 통증이 사라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걷지 못할 정도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남희태 과장은 “굽이 없고 딱딱한 신발은 피하고 발바닥이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족저근막염 예방에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굽 높이가 적당할까. 전문의들은 1.5㎝ 이상 2㎝ 미만 정도가 적당하다고 권한다. 또 너무 얇은 굽을 신으면 압력이 발의 특정 부분에 쏠리게 되므로 일정 두께 이상의 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