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름다운 건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꽃 향기를 품은 술에 남자들이 취하고 있다. 술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꽃 등의 향기를 내는 에스테르 화합물이 생성, 꽃의 향기를 머금기 때문이다. 원료가 자라는 지역적 특성이나 원료 자체가 술 제조에 쓰이기도 한다. 꽃 향을 품고 남자를 설레게 하는 ‘봄의 술’ 전령사를 모았다.
◆ 위스키
독주로 알려진 위스키에 의외로 꽃향기가 만연하다.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싱글몰트, 그 가운데 쉐리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가 특히 강하다. 포도가 오크 숙성을 통해 변화되면서 장미나 아카시아향과 같은 향을 머금게 되는데, 이 오크통에 위스키를 다시 숙성시키면 자연스럽게 은은한 꽃 향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스페인산 쉐리 오크통에서 숙성한 ‘맥캘란’에는 장미향, 매화향, 재스민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져있다. 깊게 퍼지는 꽃 향이 입안에 오래 남으면서 꽉 찬 목 넘김을 보여 인상적이다.
‘킹덤’이나 ‘발베니’도 나는 꽃 향기도 은은하다. ‘하이랜드 파크’에서는 스코틀랜드에서 자생하는 헤더꽃 향이 난다. 이는 하이랜드파크를 숙성시키는데 쓰이는 피트에서 이 꽃의 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았지만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링크우드’에서는 금강초롱과 뻐꾸기꽃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스페이사이드의 엘진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옥수수나 호밀로 만드는 버번 위스키 ‘부커스’에도 캐스크에서 나오는 상큼한 매화향과 아이리쉬 등 복합적인 꽃향기를 지니고 있다.
◆와인
와인은 품종에 따라 꽃의 향이 제각각이다. 장미향은 여성스러운 품종으로 꼽히는 피노누아에서 찾을 수 있다. ‘알베르비쇼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피노누아 본연의 개성이 잘 표현된 만큼 장미향을 만끽할 수 있다. 이탈리아 아스티 지역에서 소량 생산되는 브라케토 다퀴 와인에서도 장미향이 두드러진다. 마치 진달래꽃을 담갔다 뺀 듯한 분홍 빛의 ‘간치아 브라케토 다퀴’나 ‘로사 리갈’가 대표적이다.
샤르도네 품종 와인의 특징은 아카시아향으로 가늠할 수 있다. 프랑스산 화이트 와인 ‘알베르비쇼 샤블리’는 맑고 신선한 라임향과 아카시아 꽃향이 미네랄 느낌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루이막스 마콩 빌라지’도 흰색 아카시아향을 가지고 있다.
산지오베제 품종은 연한 빛깔에 산도가 높고 바이올렛 즉 제비꽃 향이 나는 부드러운 와인을 만들어낸다. 산지오베제가 들어간 ‘듀깔레 리제르바 오로’와 ‘모두스’는 섬세한 제비꽃 향기에 체리, 붉은 베리류의 향이 어우러져있다.
◆전통주
전통주는 아예 꽃 자체를 원료로 하는 제품이 많다. 매화꽃을 우려낸 매화주는 열매로 만든 매실주보다 향이 더 강하고 입안에 오래 남는다. 오래 숙성된 것일수록 좀 더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품게 된다.
엷은 담황색의 국화주는 입안에 퍼지는 그윽한 향이 매력적이다. 특히 국화주는 그 향만으로도 피로한 몸을 회복시키는데 효과가 탁월하다. 국화가 특산물인 마산시와 주식회사 무학이 제휴해 개발한 국화주 ‘가을국화’는 담금 과정에서 직접 국화가루를 첨가해 고유의 향을 그대로 살려냈다. 이 외에도 배와, 생강, 울금, 계피, 꿀을 넣고 숙성시킨 ‘이강주’에도 달콤상큼한 꽃의 향을 품어낸다. 전통주 무형문화제인 이강주는 배의 청량한 향과 생강의 따뜻한 향이 강한 향과 부드러운 향의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