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종교문화학과 신입생이 용주사에서 열린 OT에 참가해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한신대 홍보블로그
사례 1. 지난 20일 연세대 건축공학과 3학년 조모(23)씨가 단과대 신입생 OT가 열린 경기도 가평군 덕현리의 한 콘도에서 술을 마시고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례 2. 최근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대학생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입생 OT와 관련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1.5%가 ‘OT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고, 이 중 ‘음주에만 과하게 치중돼 있어서’라는 이유가 82.4%로 압도적이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의 계절을 맞아 각종 사고로 얼룩졌던 대학가 술자리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건국대는 17일 OT 전 신입생들에게 학교소개 및 수강신청 설명 등을 진행하는 예비대학을 실시했다. 행사를 주관한 학생회는 재학생에게 술을 강요하지 말 것을 교육시켰다. 뒤풀이는 오후 10시까지만 진행하고 신입생을 일대일로 책임지고 귀가시켰다. 과 학생회장 이선진(26)씨는 “이제 갓 성인이 되는 새내기들의 술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주기 위해 학생회 차원에서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알코올 프리’를 선언한 학교들도 있다. 18일과 21일 열린 한신대 OT의 목표는 ‘무 알코올, 학과 특성화 OT’였다. 특히 종교문화학과 신입생 40명은 18일부터 1박2일간 경기도 화성 용주사 효행문화원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학과소개, 교수와의 만남 일정 외에 발우공양을 체험하고 종교간 화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하며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한신대 관계자는 “특성화 OT는 음주 사고를 방지하고 동시에 학과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술 없는 신입생 OT’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24일부터 2박3일간 캠퍼스 내에서 OT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술 대신 음료수를 마시고, 강압적인 술자리 게임 대신 단합을 도모할 수 있는 공동체 게임을 하며 밤을 새운다.
■ '손병호 게임' 등도 인기
술자리의 필수 아이템인 게임도 변하고 있다. ‘주루마블’ ‘의리게임과’같은 술을 먹이는 것이 목적이던 게임보다는 적당히 술을 마시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한다.
“야! 너 내 이름 몰라?”는 대학가에서 유행하는 ‘이숙정 게임’의 구호다. 최근 있었던 이숙정 성남시의원의 사건을 풍자해 만든 게임으로 새내기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우는 게임이다.
KBS2 ‘해피투게더’에서 유행시킨 ‘손병호 게임’은 진행시간이 길고 과정이 즐거워 술에 부담을 줄여주는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국대는 게임 벌칙 후 안주 먹을 시간을 충분히 줄 것을 예비대학에서 교육하기도 했다.
깨끗한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정부도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음주폐해 예방활동 권고안’을 마련하는 등 공동 노력을 다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입생 환영행사에서 음주사망사고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가 “강압적인 사발식 통과의례”라며 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