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자는 누굴까?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이다. 까탈스럽고 도도한 일명 ‘까도남’으로 눈에 띄는가 싶더니 급기야 ‘주원앓이’라는 신드롬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신드롬은 시대의 저변에 흐르는 우리의 마음이 표출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원앓이’엔 이 시대 여성들이 사랑하고 싶은 매력적인 남자의 기준이 들어있다. 백마 탄 왕자님과 현대판 신데렐라 길라임(하지원)의 사랑이 그걸까? 이런 진부한 스토리에 똑똑한 여성들이 마음앓이까지 할 것 같진 않다. 그러면 뭘까? 사실 대한민국 여심이 흔들린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드라마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김주원은 기억상실로 스물한 살로 돌아간다. 이 때를 기점으로 완전한 반전이 시작된다. 특히 주원의 어머니 문분홍(박준금) 여사에게 내내 괴롭힘을 당하고 눈물께나 흘리던 길라임이 바뀐다. “아드님을 저 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하겠습니다.” 아니, 이건 원래 남자들이 장인 앞에서 하던 말 아닌가. 그리고 어려진’ 주원에게는 “넌 어렸을 때도 싸가지였구나. 그래도 난 이제 니가 무슨 짓을 해도 다 예뻐”라고 한다. 이건 엄마나 이모, 혹은 누나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남자의 매력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일단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약 250만년 전부터 여성들이 꾸준하게 전개해오고 있는 ‘착한 남자 만들기’ 전략이 인류가 화합하며 살게 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한다. 거칠고 경쟁적이며 짝을 만나도 유전자(DNA)만 건네주고 바람처럼 떠나버리는 ‘야생 수컷’의 본능을 가진 남자를 모두와 더불어 함께 살도록 하고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가 되도록 한 것으로 말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가족을 먹여 살릴 능력도 있으면서 다정한 남자를 인내심 있게 선택해온 것이다.
이 전략이 효과가 있었던 건 남자들 또한 어느 정도 그녀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능력이나 다정함으로 말이다. 특히 다정함을 보여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게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재벌2세인데다 ‘까도남’이 기억상실로 아기처럼 귀여운 행동까지 하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길라임이 강한 모성애로 거듭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인류학적 이유’에서다. 더구나 이 멋진 역할을 멋지게 해낸 현빈이 해병대까지 가서 남자 중의 남자로 거듭나겠다고 하니 얼마나 매력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