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결혼을 앞둔 모 유통회사 최 대리는 최근 근로자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지난해 시골 부모님의 급한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두 번에 걸쳐 450만원을 대출받았었는데 큰 금액이 아니어서 여유 있을 때 원금까지 상환할 생각으로 연체하고 있다는 걸 알고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해당 은행으로부터 소액 연체로 대출이 불가하다는 설명에 최 대리는 예비 신부에게 말도 못한 채 요즘 다른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신용정보 활용도가 생활 속 곳곳에서 커지는 데 반해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신용정보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기 이전에는 신용정보의 중요함과 관리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무관심하다 본인 신용도 때문에 대출 거절, 취업 시의 불이익 등 낭패를 보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잘못된 신용관리로 인해 생활 속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생각보다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는 불이익, 불편함에 관한 사례들이다.
◆대출한도 반쪽 날 수도
신용대출로 아파트 잔금 치르려 했던 자동차부품회사의 K과장은 대출한도액 부족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아파트 잔금을 치르려고 5000만원 대출을 신청했는데 거래은행은 3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대출금리도 약 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1∼2년 전에 처음 상담 때와는 달리 그간 자신의 신용등급이 2단계나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부자라도 세금 체납하면…
4층 상가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자산가 J씨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얼마 전 카드를 신청했다가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동네에서 소문난 부자로 신용을 자신했던 J씨는 황당한 마음에 카드 신청사에 따져 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체납상태였던 것이 카드 발급 거절의 주된 이유였다.
◆휴대전화 할부 구입도 제한
프리랜서 광고 디자이너 C씨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신용등급 미달로 할부구입은 안 되고 현금 일시불로만 가능하다는 매장 직원의 설명이 매정하게만 느껴졌다. 1년 전 새로 산 차량 할부금의 잦은 연체로 신용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혼정보회사 가입도 안돼
얼마 전 한 번의 상처를 딛고 용기를 내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린 사업가 L모(42)씨. 외모에 학벌, 재력까지 특별히 빠질 것 없는 조건이라 자신했지만, 맞선은커녕 회원 가입을 위한 심사 과정에서 퇴짜를 맞고 돌아서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바쁜 사업 때문에 제때 챙기지 못한 휴대전화 요금이 발목을 잡은 것. 회원 정보 확인 절차에서 ‘채무불이행자’라는 통보를 받은 후 스스로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L씨는 부랴부랴 5만원의 ‘채무’를 해결한 뒤, 비로소 회원 가입을 승인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외에도 신용관리를 잘못하면 창업에도 고충이 따를 수 있다. 창업 시에도 신용에 따라 각종 창업 관련자금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액, 금리 적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상의 예에서 보듯이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개인과 국가 간의 다양한 경제활동을 비롯해 생활 전반에서 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평소에 본인의 신용정보를 잘 관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