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동물 사랑은 역사가 깊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문헌에도 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김홍도·신윤복의 그림에서 개·고양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의 심포지엄에서 최초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반려동물이 가족의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관련 산업 역시 매년 15∼25%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약 2조원에 가까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반려동물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이런 추세에 발맞춰 대학 동물 관련 학과도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편견도 많이 줄어들었으며,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 역시 고무적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이나 소유물로 여기는 사람이 여전히 많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점은 무척 우려할 만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동물 학대에 최대 10년까지 징역을 선고한다. 동물 역시 소중한 생명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 심각한 동물 학대로 처벌받은 사례 중 100만원 이상 벌금이 선고된 경우는 단 5%에 불과하다.
일명 ‘개똥녀’ 사건에서 드러나듯 기본적인 펫티켓(애완동물인 펫(Pet)과 에티켓의 합성어)조차 지키지 않고, 자신의 반려동물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태도 역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유별난 사랑과 혐오라는 양극의 감정으로 반려동물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이 진정으로 인간과 함께하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부터 바꾸고 동물보호법 등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 역시 문화의 발전에 발맞춰야 한다. 반려동물이 오랫동안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 제공과 전문적인 반려동물 교육 도입이 시급하다. 이미 일본, 미국 등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선진국에서는 전문 교육을 통해 반려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 쓰고 있다.
산업과 문화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질 때, 우리나라도 반려(伴侶·짝이 되는 동무)라는 이름에 맞는 격을 가진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