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길을 걷는 일은 1월과 닮았다. 자박자박 발자국을 남기는 설렘이 새 마음을 다지는 기분이다. 눈꽃이 맞아준다면 더 낭만적이다. 다행이 최근 내린 눈이 완전히 녹지 않아 여행객을 포근하게 반긴다. ‘설국’으로 들어가는 길들이 여기 있다.
◆백두대간 눈꽃 트레킹 ‘선자령’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눈꽃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5㎞가량 떨어진 두 고개의 높이 차이는 325m 정도로 걷기 수월한 편이다. 나지막한 산봉우리와 들길 같은 능선길이 두 고갯마루를 이어준다. 서두르지 않아도 4∼5시간이면 되돌아올 수 있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바람 부는 능선길은 경관이 탁 트여 상쾌하고 웅장하다. 반면 계곡길은 아늑하다. 나직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운치가 있다.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문의: 033)333-2182(평창국유림관리소)
◆옛길 걷는 호젓함…무등산
도심과 가까운 광주 무등산은 겨울에 더 근사하다. 산수오거리에서 시작되는 옛길(11.87km)이 걷기에 제격이다. 눈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도 정상까지 5시간이면 닿는다. 숲길에 들어서면 도시와 차단된 듯 눈 나라에 파묻힌다.
나무들이 온통 상고대를 뒤집어쓰고 있어 햇빛을 받으면 더 반짝인다. 정상에 서면 광주가 내려다보이는 건 물론 뒤쪽으로 내장산, 남쪽으론 월출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위치: 광주 북구 금곡동 산 209-5
*문의: 062)365-1187(무등산 도립공원)
◆당일 걷기 코스…남한산성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선 병자호란을 겪던 참담한 공간이던 남한산성 성곽길은 지금은 눈꽃을 즐길 가벼운 걷기 코스로 거듭났다. 남한산성 탐방코스는 최단 거리인 2.9km짜리(1시간 소요) 코스부터 7.7km(3시간 20분 소요) 코스까지 다섯 가지 코스가 개발돼 있는 상태다.
산성로터리를 출발해 영월정·숭렬전을 지나 수어장대까지 올랐다가 돌아오는 길이 가장 짧다. 남한산성역사관에서 시작해 동문·동장대터·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동문을 거치는 코스가 가장 긴 데 남한산성의 성곽을 빠짐없이 걸어볼 수 있다.
*위치: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등
*문의:031)777-7500(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눈 덮인 평원…한라산 선작지왓
한겨울 제주로 떠난다면 설국으로 변한 한라산에 올라야 한다. 특히 넓은 평원에 눈이 가득 쌓인 선작지왓 평원은 국내에 흔치 않은 고산 평원이다. 평원 가운데엔 이런 글이 여행객을 맞는다. “잠시 여기 서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보세요.”
이 곳에 오르는 가장 빠른 코스인 영실 코스는 ‘신들이 사는 곳’이란 뜻처럼 ‘하로산또’(한라산 신)가 머무는 듯 고요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영실 코스가 끝나는 곳엔 윗세오름 대피소가 있어 겨울 트레킹에 나선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위치: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문의: 064)713-9950(한라산 탐방안내소)
◆소박한 오지역 설경…승부역
차를 타고는 닿을 수 없는 간이역인 봉화의 승부역은 소박한 설경을 안고 있다. 한 평짜리 대합실에 앉아 오지역의 정취를 느껴보거나 역 앞에 흐르는 낙동강이 얼어붙으면 썰매를 타고 좋다. 역 뒤쪽으로 이어지는 투구봉 산책로를 따라 눈길을 걷다 보면 마음까지 새하얗게 깨끗해진다.
*위치: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
*문의: 054)673-0468(승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