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0일 삼성 야구단은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2011년 전쟁을 준비하던 장수 선동열(사진)의 목을 친 것이다.
계약 기간 4년을 남겨놓은 선 감독을 버린 이유는 단 한 가지로 압축된다. 전통의 삼성 색깔, 즉 TK의 복원이다. 공격적인 야구를, 그것도 TK 삼성 스타들이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 신임사장의 주도하에 후임으로 삼성의 적자인 류중일 감독을 내세워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삼성의 지난 10년은 김응룡·선동열의 시대였다. 최강 해태를 이끌었던 두 감독은 세 차례 우승으로 숙원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대구 지역의 배타적인 목소리도 끊이질 않았다. 삼성의 굵직한 레전드 스타들을 제치고 타 지역 출신 감독을 기용하느냐였다.
이북 사람이자 부산에서 자란 김응룡 감독은 바람을 덜 탔지만 광주일고 출신인 선 감독은 심각한 측면이 있었다. 선 감독의 철학인 ‘지키는 야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들도 터져나왔다. 결국 5년 2기 임기를 보장했던 이학수·김응룡·김재하 체제가 물러나면서 선 감독이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볼 수 있다.
야구계는 삼성의 조치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동열 감독이 입은 상처는 계측이 힘들다. 그는 프로야구의 발전과 중흥을 이끌었던 국보투수에서 명감독으로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데 능력 문제가 아니라 팀 색깔을 바꾸려는 계획의 희생자가 됐다. 퇴진의 모양새가 그의 격에 맞지 않는다.
선 감독이 야인이 되면서 불똥은 벌써부터 타 구단까지 미치고 있다. 당장 계약 기간이 끝나는 감독들이 좌불안석이 됐다.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지게 되는 감독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더더욱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 삼성야구의 새로운 행보까지 맞물려 선동열 퇴진은 두고두고 후폭풍을 낳을 조짐이다.
/OSEN 야구전문기자